문 대통령 “제주 4.3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2020-04-03 10:20

2년만에 추념식 참석…“화해, 통합하려면 제주 슬픔에 동참해야“”
“해방 넘어 진정한 독립 꿈꾸고, 분단 넘어 평화와 통일 열망”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위령제단에 헌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위령제단에 헌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제주 4.3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제주특별자치도 4.3평화공원 추념광장에서 열린 제72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2년만에 다시 참석, "국가폭력과 이념에 희생된 4·3 영령들의 명복을 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를 통해 "4·3은 제주의 깊은 슬픔,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아픔"이라면서 "고통의 세월을 이겨내고 오늘의 제주를 일궈낸 유가족들과 제주도민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4.3에 대해 "제주는 해방을 넘어 진정한 독립을 꿈꿨고,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을 열망했다"면서, "제주도민들은 오직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으며 되찾은 나라를 온전히 일으키고자 했다"는 정신을 되새겼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제주는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고, 통일 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와 우리를 분열시켰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희생자들이 남긴 인권과 화해, 통합의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긴다"면서 "제주 4·3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그날, 그 학살의 현장에서 무엇이 날조되고, 무엇이 우리에게 굴레를 씌우고, 또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진상 규명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도 평화와 통일을 꿈꾸고, 화해하고 통합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제주의 슬픔에 동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제주 전역에 사이렌이 울리자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제주 전역에 사이렌이 울리자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4·3의 해결은 결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웃의 아픔과 공감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태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보편적 기준에 따라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치유해 나가는 ‘정의와 화해’의 길"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제주 4‧3이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진실의 바탕 위에서 4‧3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 삶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국가의 책무"라면서 "부당하게 희생당한 국민에 대한 구제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본질적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하는 매우 엄중하고 힘든 시기에 다시 4·3을 맞이했다"면서 ‘"연대와 협력’의 힘을 절실하게 느끼며 그 힘이 우리를 얼마나 강하게 만들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제출된 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며, 4월 말 개소하는 제주4.3트라우마센터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제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희생자 명예회복, 유해발굴, 배·보상 및 국가트라우마센터 설립 등을 위한 국회와의 협의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이날 추념식에는 코로나 19 사태로 4.3유족 60여명을 비롯해 주요 정당 대표, 제주지역 주요 기관장, 4.3단체 관계자 등 예년 참석자 규모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인 150여 명만 참석한 가운데 간소하게 열렸다.

home 윤석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