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때문에… 중국인들 뜬금없이 트럼프 비난 폭증

2020-01-28 16:04

일부 누리꾼, 검열 우려
시진핑을 트럼프로 불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뜬금없이 중국인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 일부 누리꾼이 시신핑 중국 주석을 트럼프로 대신 부르며 울분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시 주석을 비판하면 검열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까닭에 시 주석을 트럼프로 부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중국의 일부 언론이 바이러스에 관한 기사와 의견을 계속해서 삭제하고 있지만 일부 누리꾼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시 주석을 트럼프라고 부르는 방법으로 검열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As Virus Spreads, Anger Floods Chinese Social Media The sheer volume of criticism of the government, and the sometimes clever ways that critics dodge censors, are testing Beijing’s ability to control the narrative.
www.nytimes.com
한 누리꾼은 자신의 웨이보에서 우한 폐렴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시 주석을 겨냥해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시 주석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이 글은 삭제됐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일부 누리꾼이 시 주석의 이름을 트럼프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죽기를 바란다”는 글이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기도 했다.

샤오 창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는 정부의 강한 검열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이 분노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스마트폰과 SNS가 활성화한 만큼 사스 사태 때보다 누리꾼들의 분노가 확산하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우한 폐렴 상태로 인해 중국 정부의 권위는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실제로 후베이성 공산당 기관지인 후베이 데일리의 장어우야 선임 기자는 최근 웨이보에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지도자를 중간에 교체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라며 “우한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이나 마찬가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최근 칼럼에서 우한시의 초기 대응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공산당 기관지 소속 기자나 환구시보 칼럼이 책임자 경질을 요구하거나 정부 당국의 잘못을 지적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그만큼 중국 정부의 권위가 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