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는 반도체 핵심 소재 3종은 고순도 불화수소(불산)와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다. 박 회장은 "시차는 있지만 두 회사(삼성2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이달 말쯤이면 (3종 소재에 대한) 테스트가 마무리된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세계 1등 반도체 국가가 된 건 지난 30여년간 숱한 위기를 극복한 결과다”면서 “소재 공급 중단은 물론 커다란 위기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위기도 모두 넘어왔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의 기술력이 알려진 것보다 만만치 않다는 언급인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은 기업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비해 훨씬 전부터 재고를 확보하고 해외 공급망 물색에 나선 게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진작부터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위기 타개책을 마련해뒀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기자가 ‘고순도 불산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는데’라고 묻자 박 회장은 “불산(액체)은 중국에서 무수불산이나 저순도의 불산을 들여와 국내서 정제했다. 불산 가스(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도 비슷한 방식으로 확보했다. D램이나 낸드플래시는 완제품 생산에 60~90일이 걸린다. 그래서 국내 업체는 시간 단축을 위해 단계별로 투입하는 방식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불산이 들어가는 공정이 10번이라면 1~8번째는 일본서 들여온 재고분을, 10번째와 9번째는 새로 구한 불산을 투입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이미 5~6단계까지 투입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도 국산화가 진행 중인가’란 물음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EUV용 포톨레지스트는 삼성전자의 7nm급 파운드리 사업이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칩 생산에 꼭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연구 단계다. 두 곳 모두 생산라인에서 아직 많이 쓰진 않는다. 두 회사 모두 수개월 치의 충분한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그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어떤가‘란 질문엔 "반도체와는 직접 관련은 없고 갤럭시 폴드를 만들 때 필요하다. 일단 사용량이 많지 않고 국내 대체가 가능해졌다"고 답했다.
기자가 ‘그렇다면 3종의 소재를 일본에 더 의존하지 않아도 되나’라고 묻자 박 회장은 “반도체 생산 라인이 한두 번 더 돌아가는 내년 2월쯤부터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일본 소재를 안 써도 된다. 일본 업체는 일본 정부 때문에 이번에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했다”면서 “앞으로 일본 업체는 글로벌 공급 체인에서 소외되고 최대 수요처를 잃게 돼 경영난에 봉착해 이른바 '아베(로 인한) 파산'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불산이나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기술 난이도가 높아 완전한 국산화까지는 1년 이상 소요된다. 자만할 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화이트 리스트 배제 문제까지 불거진 데 대해선 "반도체 쪽은 반도체 장비와 마스크 기판, 실리콘 웨이퍼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일본서 거의 전량을 수입하는 마스크 기판이 문제다“라면서도 ”기업들은 일본 외에 싱가포르 등에서 공급받는 방안, 고 단결정 유리를 만드는 국내 업체나 미국 코닝과 협력 방안 등을 모색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결과를 낙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