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엄마는 '짱가'였다

2019-07-29 21:32

해수욕장과 하천서 자녀들 구조에 일익 담당한 것은 바로 엄마들
부안과 무주서 수난사고 접한 자녀들 직간접으로 구조

사진 왼쪽은 지난 27일 무주 구량천에서 불어난 물에 떠내려간 아들을 구하고 바위 위에서 여섯 살 난 아들을 품은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40대 엄마. 사진 오른쪽은 29일 부안 변산해수욕장에서 아홉 살 난 딸이 바다로 떠내려간 뒤 구조 때까지 한시도 멈추지 않고 딸과 소통하던 40대 엄마가 딸이 구조된 후 꼭 껴안고 있는 모습  / 무주소방서, 부안소방서
사진 왼쪽은 지난 27일 무주 구량천에서 불어난 물에 떠내려간 아들을 구하고 바위 위에서 여섯 살 난 아들을 품은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40대 엄마. 사진 오른쪽은 29일 부안 변산해수욕장에서 아홉 살 난 딸이 바다로 떠내려간 뒤 구조 때까지 한시도 멈추지 않고 딸과 소통하던 40대 엄마가 딸이 구조된 후 꼭 껴안고 있는 모습 / 무주소방서, 부안소방서
엄마는 '짱가'였다.

"어디선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하고 딱 하고 나타나는 것이 1970년대 말 인기를 누렸던 만화영화 '짱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주제가를 배경으로 안테나를 세우고 지붕 위를 뛰는 CF속의 탤런트 전원주 씨도 아니다.

바로 이 노래의 주인공은 바로 엄마다.

이 노래를 마치 연상케라도 하듯 최근 전북지역에서 잇달아 발생한 수난사고 현장에서의 엄마 모습들이 바로 그 것이다.

29일 오전 9시40분쯤 전북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 한 펜션 앞 해상에서 아홉살 난 이모 양이 엄마 곁에서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하다 순간 들이닥친 거센 파도에 떠밀려갔다.

이 양의 엄마(42)는 떠밀려가던 딸을 붙잡기 위해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안간힘을 쓰며 사력을 다했지만, 빠른 속도로 바다를 향해 밀려가는 딸을 구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순간이었지만, 오로지 딸을 구해야 한다는 이 양의 엄마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얼른 모래사장으로 나와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한시가 급했다.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애를 썼다. 119에 신고를 하고 딸이 자신을 보고 안심 할 수 있도록 고함과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사이 이 양은 모래사장으로부터 100m 가량이나 떨어진 곳으로 떠내려가 둥둥 떠 있었다.

작은 점 하나처럼 보이더라도 이 양의 엄마는 큰 소리로 안심을 시키는데 주력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순간 119로부터 연락을 받은 해경 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재빨리 이 양에게 다가가 안전하게 구조를 했다.

해경 구조대원의 품에 안겨 뭍으로 나온 이 양이 놀라지 않도록 이 양의 엄마는 딸을 꼭 껴안고 안심을 시키는데 주력했다. 천만다행으로 이 양은 다친데 하나 없었다.

해수욕장에 이 양의 엄마가 있었다면 지난 주말인 27일 무주 안성면 구량천에서는 여섯 살 난 아들을 둔 엄마 최모(47) 씨가 직접 불어난 물에 뛰어들어 구한 일이 있었다.

지난 27일 오후 6시9분쯤 전북 무주군 안성면 구량천에서 최씨의 아들이 물놀이를 하던 중 갑자기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던 것을 하천 옆 정자에서 일행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던 최씨가 목격한 뒤 곧바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천에 들어간 최씨는 간신히 아들을 붙잡았다. 제 한 몸 가누기도 힘 든 물살이 센 하천이었지만, 아들이기에 없던 힘도 솟아났던 것이었다.

물 속에서 건져낸 아들과 함께 하천 가운데 바위에 올라 대피하고도 최씨는 어린 아들이 겁을 먹을까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거센 물살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였지만, 곧 119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천 바위 위에서 추위와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아들을 꼭 껴안은 채 달래기에 온 정성을 쏟았다.

엄마의 품에서 안정을 되찾은 여섯살 난 아들은 119구조대가 로프를 이용해 물 밖으로 먼저 빼내는 순간까지도 엄마의 눈을 떼지 않았다.

최씨 모자는 이날 부산에서 무주로 휴가를 즐기러 온 것으 알려졌다.

해경 구조대원과 119구조대원들은 "어린 자녀들이 하천과 바다에서 떠 내려가는 순간 아이들의 엄마들은 오히려 자녀들보다 침착하게 대응하고 자녀들을 안심시켜 구조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엄마의 힘이 그 어느 누구보다도 크다는 것을 이번 구조를 통해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home 김성수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