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치아 썩은 것처럼 만들어 갈아버린 '공포의' 치과 의사

2019-07-13 10:54

'궁금한이야기Y' 멀쩡한 치아 갈아놓은 추 원장
추 원장 “정확한 건 치료한 의사만 안다”

이하 SBS '궁금한 이야기Y'
이하 SBS '궁금한 이야기Y'

80여 명의 환자 치아를 뿌리까지 갈아버린 '수상한 치과의사'의 진료를 12일 SBS '궁금한 이야기Y'가 조명했다.

이야기는 지난달, 해당 치과병원을 인수한 김 모 원장을 통해 알려졌다. 김 원장은 병원에 온 첫 환자를 진료하다가 환자의 치아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환자는 8개에서 20개의 치아를 뿌리 가까이 간 뒤 모두 철심을 박고 크라운을 씌운 상태였다. 이 환자만 그런 게 아니었다. 뒤이어 김 원장의 병원에 온 9명의 환자들 모두 이런 치아 상태를 갖고 있었다.

이들은 김 원장이 인수하면서 양도받은 추모 원장에게 진료받은 환자들이었다. 추 원장 진료를 수상하게 여긴 김 원장은 환자들의 기록을 살펴보던 중 다시 한 번 놀랐다. 대부분 스케일링과 레진 등 간단한 치료만 해도 되는 치아 상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 원장에게 이런 치료를 받은 환자는 80여 명이다.

앞니에 난 흠집을 없애기 위해 병원을 찾았던 박 모 씨도 피해자였다. 박 씨의 치아를 살펴본 추 원장은 "충치도 있으니 치료해야 한다"며 무려 2시간 동안 이를 갈아내는 치료를 했다. 박 씨의 앞니 9개는 모두 갈렸다.

환자 한 모 씨는 교정치료가 끝날 즈음 추 원장에게서 모든 이를 잃었다. 추 원장이 "치아 상태가 6~70대 할머니 같다. 충치 치료부터 해야 한다"며 교정기를 제거하고 치료를 시작했는데 치료한 지 1년 만에 한 씨의 이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치료비는 2000만 원이 들었다.

추 원장은 본인의 판단과 진료는 정당했고 자신이 한 일은 모두 환자들을 위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추 원장의 진료 내역을 살펴본 이재현 치과의사는 "사진을 보고 팔에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사진과 마지막 사진의 결과가 너무 다르다"며 "신경치료를 하다가 찍은 사진이 많은데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는 어떻게든 1mm라도 살리기 위해 조금씩 파는데 이건 멀쩡한 치아를 충치가 있는 것처럼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또 실제 충치 치료가 필요한 어금니가 아닌 앞니만 손을 봤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의사는 "사실 어금니로 갈수록 치료하기 어렵다. 잘 보면 쉬운 앞니들만 손을 댔다. 사진을 봤을 때 (치료가) 필요한 어금니가 있는데 손을 대지 않았다"며 "불필요하지만 쉬운 건 치료하고 필요하지만 어려운 건 치료하지 않았다"고 했다.

과잉진료 지적을 받고 있는 추 원장 치료 방식에 대해서 이 의사는 "애당초 시작조차 하지 말았어야 할 치료"라고 말했다.

추 원장은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환자의 동의를 받고 치료를 했고, 비용 부분에 대해서는 치료 과정에서 설명이 부족했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의료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