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 전철만만 타면 잠이 쏟아지는 사람이 있다. 평소에 잠이 없는 사람도 차만 타면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그런데 이상하다. 차나 전철 안에선 많이 자도 집에서 잔 것처럼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그 이유가 뭘까.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는 ‘차만 타면 꾸벅꾸벅, 대체 왜?’란 칼럼에서 일본철도기술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일본철도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지하철의 진동수는 1초에 두 번씩 진동하는 2Hz고, 2Hz로 흔들리는 곳에선 사람들이 쉽게 잠이 든다. 흔들침대에 누우면 잠이 솔솔 오는 것처럼 지하철에서 다들 꾸벅꾸벅 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 셈이다. 기차나 버스도 지하철만큼 딱 맞는 진동수는 아니지만 꽤 흔들리는 까닭에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쉽게 잠이 든다고 김 칼럼니스트는 설명했다.
이산화탄소도 사람을 재우는 중요한 요소다.
김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이산화탄소가 늘면 뇌로 가는 산소량이 줄어들어 나른해지고 졸린다. 기차나 버스처럼 사람이 많고 좁은 공간에는 이산화탄소가 많다. 기차 안에선 1400~2200ppm, 고속버스 안에선 2500~3500ppm까지 이산화탄소 수치가 오른다. 버스나 기차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허용기준인 1000ppm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하지만 기차나 버스엔 잠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너무 낮아 잘 안 들리거나 아예 들을 수 없지만 몸은 느낄 수 있는 저주파 소음이다. 김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저주파 소음에 계속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처럼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나오고 심장 박동과 호흡수가 바뀐다. 이 때문에 푹 잘 수 없다.
김 칼럼니스트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 고속버스, 지하철, 기차에서 다 저주파 소음이 나왔다”면서 차 밖보다 안의 저주파 소음이 훨씬 심했다고 밝혔다. 듣지 못한다 뿐이지 굉장히 큰 소리에 노출돼 있기에 아무래도 버스나 기차에서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개운하지 않다고 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