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국민연금·소액주주 손에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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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 이사 연임안 반대 36%·찬성 64%
20년 만에 대한항공 경영권서 손 떼…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첫 사례
소액주주 ‘반대’ 주효…오너가 갑질·횡령배임에 대한 불만 표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되며 조 회장은 20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진/뉴스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되며 조 회장은 20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진/뉴스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며 대한항공 경영권을 내려놓게 됐다.

이번 조 회장의 연임 실패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오너의 경영을 배제한 첫 사례로 남게 됐다. 조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서 회장직을 유지하겠지만 지배력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제57기 주주총회를 열고 2018년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일부 변경, 이사 선임(사내이사 조양호, 사외이사 박남규), 이사 보수한도의 승인 등 4개 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가장 관심을 받았던 조 회장 이사 연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이사 선임 시 참석주주의 3분의 2(66.7%)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는 대한항공의 정관에 따른 것이다.

결국 조 회장은 대한항공 등기임원에 오른 지 약 27년 만에 등기이사 자리를 내놓게 됐다. 다만 미등기임원으로서 회장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 후임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부결 직후 대한항공 측은 “아직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 향후 절차에 따라 논의할 것”이란 짤막한 입장을 내놨다.

이번 부결은 지난 26일 2대 주주인 국민연금(11.56%)이 수탁자책임전문위에서 조 회장 연임안 ‘반대’ 의결권을 결정한 것이 외국인과 기관, 소액주주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국민연금은 전날 수탁자위원회를 열고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대한한공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성공적인 서울 개최,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조기 정착 등을 위해선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내주주인 직원들에게 찬성 위임장을 적극 독려했다. 하지만 다수의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불거졌던 총수 일가의 ‘갑질경영’과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사기 등에 대한 불만을 표를 통해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 나머지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조 회장과 함께 이사 선임 안건에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예정대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