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는 비가 온다고 하는데 제가 있는 이곳은 어제 오늘 더위 때문에 바깥에서 움직이기가 아주 많이 힘듭니다. 비가 와도 걱정이고 안 와도 힘들고 그렇네요. 발등에 떨어진 불은 껐다고 생각하고 한 이틀 마음 놓고 지냈는데 해야 할 일들을 챙겨 보니 여전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없다고 해도 그럴 것이고 제가 일을 하지 않아도 이 누리는 잘도 돌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제가 먹고 숨 쉬고 있는 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쉼없이 일과 씨름을 하고 있답니다.
아침에 일터로 오는 길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여느 곳에서나 비슷할 것입니다. 아침에 일터로 가는 사람들이 몰려 어느 길 하나 달리기 수월한 곳이 없지요. 때맞춰 일터로 가는 사람들 마음도 바쁘고 한데 여러 사람들의 눈살을 맞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네 거리 한 쪽에 노란 깜빡이를 켜 놓고 움직이지 않는 수레가 있었으니 오른쪽으로 돌아갈 수레들이 가지도 못하고 길을 바꾸느라 그 뒤에 수레들이 죽 늘어서서 빵빵거리고 하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고장이 났나 하고 생각하면서 저도 길을 바꿔 가까이 가보니 고장은 아닌 듯했고 전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급한 전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가서 오른쪽으로 비켜 주면 다른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데 거기 서서 그러고 있는 건 얄미웠습니다.
'눈길'이라고 하면 '두 눈썹 사이에 잡히는 주름'이라는 뜻으로 많이 씁니다. 그런데 '눈에 독기를 품고 쏘아보는 눈길'이라는 뜻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눈총'과 같은 뜻이라는 걸 말입니다. 여기서 '살'은 '화살'할 때 '살'과 같은 뜻이지요. 아침에 그 수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맞아 되는 일이 없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비슷한 말로 '눈씨'라는 말이 있는데 '쏘아 보는 힘'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눈살'과 '눈총'에 들어 있는 독기가 없다는 게 다르다고 합니다. 이렇게 비슷하지만 맛이 다른 말을 알고 나면 뿌듯하지 않으세요? 저만 그런가?
4344. 7. 12. ㅂㄷㅁ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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