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무사할까?” 참모총장 앞에서 나온 육군 병사 '작심 발언' 3가지

2018-11-07 16:30

'장군에게 전하는 용사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
“용사가 인정받고 존중받을 때 간부들도 존경받을 수 있다”

7일 육군회관에서 열린 '장군에게 전하는 용사들의 이야기'에서 안정근 일병이 발표하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7일 육군회관에서 열린 '장군에게 전하는 용사들의 이야기'에서 안정근 일병이 발표하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육군 병사들이 육군참모총장 등 장성들 앞에서 육군 개혁방안에 대해 거침없이 얘기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 주제는 '장군에게 전하는 용사들의 이야기'였다.

행사는 7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렸다.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병사들은 군과 지휘관 인식 변화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창군 이래 병사들이 군 문제 관련 발표를 주도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에는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육군본부 주요 직위자, 야전군사령관, 군단장, 사단장 등 주요 지휘관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육군에 가장 소중한 자산은 사람이며 용사들이야말로 육군의 가장 큰 전투력이고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희망"이라며 "젊은 장병들이 군 생활을 통해 끼와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젊은 육군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육군은 이번 병사들 발표문을 정책 제언 책자로 제작해 배포하고, 육군 정책으로 입안할 수 있도록 후속 조처를 하기로 했다. 세미나에서 나왔던 병사들 주요 발언이다.

(28사단 안정근 일병)

"세상에 수많은 군대가 있지만, 대한민국 육군처럼 병사의 자유를 1에서부터 10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군대는 현재 공산주의 국가나 군정 국가의 군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육군은 'Why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왜'라는 질문을 하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위기는 갖춰져 있지 않다. 이는 용사를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간부와 초급간부, 간부와 용사, 선임과 후임, 모두 역할과 계급이 다를 뿐 같은 전우이다. 용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용사의 권위가 바뀌어야 육군이 바뀐다. 용사가 인정받고 존중받을 때 장성을 비롯한 간부들도 존경받을 수 있다."

병사들 발언을 경청하는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병사들 발언을 경청하는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5사단 김승욱 병장)

"현재 용사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없는 존재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용사의 지위는 민법상 피성년 후견인 제도와 유사하다.

20대 초반의 용사들은 나이가 너무 어리다든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라 어쩔 수 없다든지 등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 용사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자율과 책임이 부여될 때 가고 싶고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군대 문화가 완성될 것이다."

(제3야전수송교육단 박지민 병장)

"사회의 인력시장처럼 군부대 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맞춰 인재가 효율적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인트라넷에 구인 사이트를 구축하자.

각 부문에서 인재를 필요로 하는 부대는 지원서를 통해 다른 부대의 병사를 선발하고 파견 형식으로 받아 임무를 맡기고, 임무가 종료되면 원소속 부대로 돌려보내는 방안이다.

군이 필요로 하는 업무에 원하는 용사를 배치할 수 있다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고, 복무 만족도도 향상될 것이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