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마이클 잭슨, 비욘세...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노래를 흥얼거리는 가수들이다.
이들과 함께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 바로 '퀸'이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퀸이 영화로 돌아왔다.
31일 퀸의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개봉을 앞두고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는 밴드 퀸과 보컬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위키트리 독자 역시 밴드 '퀸(Queen)'에 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일부 독자들은 "퀸은 몰라도 '위 아더 챔피언'은 들어봤다"라고 말하며 관심을 표했다.
1997년 결성돼 21년간 대한민국 대표 트리뷰트 밴드로 활동 중인 '영부인' 밴드를 만나 퀸을 아는 독자들에게는 새롭게 즐기는 방법을, 모르는 독자에게는 가이드가 될 인터뷰를 진행했다.
1. 퀸 '고인물'이 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영부인' 멤버들은 사전 시사회에 초청받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관람했다고 전했다. 멤버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화는 이민자의 자식이자 공항 수하물 노동자였던 '퍼록 버사라(Farrokh Bulsara)'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퍼록 버사라 역할은 배우 라미 말렉(Rami Malek)이 맡았다. 버사라는 밴드에 들어간 후 프레디 머큐리로 불린다. 이후 큰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퀸은 4집 'A Night At The Opera'를 준비하면서 6분이 넘는 실험적인 곡을 선보이려 한다.
'영부인' 보컬 신창엽 씨는 "외신에서 휘트니 휴스턴과 프레디 머큐리를 두고 누가 최고의 보컬인가를 논한 기사를 본적이 있다. 취향에 따라 의견이 갈리겠지만 프레디는 무대에서 관객과 함께 하는 능력이 다른 프론트맨보다 탁월했다"라고 평가했다.
북미 지역 일부 팬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누구도 프레디를 흉내 낼 수 없다", "라미 말렉은 프레디의 겉모습만 따라 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팬은 "그들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어 기쁘다"라고 반응했다. '영부인' 밴드 의상 담당이자 용산 FM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장초영 씨는 "처음엔 북미 관객들처럼 '누가 프레디를 대체하겠어?'라는 생각으로 봤다"라고 영화평을 이어갔다.
그는 "영화를 보고 라미 말렉 팬이 됐다. 지난 6월 퀸 멤버들과 함께 공연을 한 아담 램버트(Adam Lambert)도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건 그들이 읊었던 음악과 생각이다. '프레디'라는 공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만족스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멤버들은 "오픈 마인드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영화"라고 평가하면서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보는 걸 추천한다"라고 전했다.
2. 퀸에 입덕한 계기와 추천 곡
보컬 신창엽
중학교 때부터 팝을 많이 들었다. 그때는 보컬이 뛰어난 밴드 음악을 좋아했다. 에어 서플라이(Air Supply),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등을 좋아했다. 퀸은 나중에 알게 되어 팬이 됐다. 음악으로 인해 슬퍼지는 것보다 행복한 게 좋다. 'I Want to Break Free'를 좋아한다.
기타 김종호
원래 퀸을 좋아하지 않았다. 한때는 안티팬이었다. 듀란듀란 같은 팝 음악을 즐겨들었다. 나중에는 힘 있는 헤비메탈을 좋아하게 됐는데 퀸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퀸은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가진 밴드다. 가장 퀸다운 노래 중에 하나인 'We are the Champions'를 추천한다.
드럼 박중현
그들의 노래는 라디오를 녹음하다가 처음 들었다. 라디오로 음악을 녹음하다니... 너무 옛날얘기 같긴 하지만 당시에는 큰 충격을 받았다. 클래식도 아니고 록도 아닌 음악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팬이 되서는 '나만 좋아하는 가수'로 남게 하려고 퀸을 아는 친구들을 구박하기도 했다. 음악을 하고 영부인 밴드에 들어오면서 퀸의 진면목을 알게 됐다. 그들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 쉽지 않지만 '들으면 기분이 좋은 노래'라고 생각하면 쉬울 거 같다. 'You and I'를 좋아한다.
키보드 김문용
퀸에 대한 첫인상이 썩 좋진 않았다.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코미디 프로그램 '좋은 친구들'에서 코미디언 이봉원 씨가 우스꽝스럽게 분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Greatest Hits Ⅰ'앨범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피아노가 들어간 록음악이라니...
퀸 노래 중에서는 'Under Pressure'를 좋아한다. 위키트리 독자들이 퀸 노래를 듣는다면 가끔 듣기를 추천한다. 명곡은 아껴 듣는 거니까.
베이스 안철민
프레디 머큐리가 작고한 이후에 나온 'Made in Heaven' 앨범의 'My Life Has Been Saved'를 좋아한다.
3. 왜 다시 '퀸'인가?
"우리는 왜 다시 퀸의 노래를 들어야 할까요?"라는 다소 난해한 질문을 멤버들에게 던졌다. 멤버들은 "왜 퀸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답했다.
피아니스트이자 밴드에서 피아노를 맡은 김문용 씨는 "퀸은 소외된 자들을 위한, 소외된 자들의 음악을 했다. '인기 있는 로큰롤 밴드'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영화에서 프레디와 퀸 멤버들은 세상의 편견에 맞선다. 요즘 '루저'라는 말이 유행이다. 퀸은 루저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음악을 했고 지금도 그런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김 씨는 "퀸 음악은 다양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힘이 되는 음악이 많다"라고 언급했다. 영부인 밴드 멤버들은 자신들이 퀸 노래를 들으며 상처를 위로받고 힘을 얻었던 것처럼 모든 이들이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랐다.
4. '영부인'밴드? 트리뷰트 밴드?
'트리뷰트(Tribute) 밴드'라고 하면 생소하게 생각하는 독자들이 꽤 있다. 베이스의 안철민 씨는 "단순한 카피 밴드를 넘어서 팬으로서 가수에 대한 존경과 음악에 대한 헌사를 담아 연주하는 밴드를 '트리뷰트 밴드'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20년 전인 1997년 나우누리 PC통신 모임인 '퀸사모(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통해 만나 직장인 밴드로 결성됐다. 일회성 행사로 시작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정기적으로 공연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영국에는 'Queen', 여왕이 있었지만 한국에는 없었기에 여왕을 대신해 '영부인'이라는 밴드 이름과 로고 '0vueen(숫자0 + 부인)'을 만들었다. 21년동안 정식 밴드로서 퀸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트리뷰트 밴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영부인' 밴드는 오는 11월 24일 21주년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일부 팬들은 그들에게 "너희가 뭔데 퀸을 따라 하느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멤버들은 "그럴때마다 부족하지만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해왔다. 우리가 항상 목말랐던 것은 더는 퀸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멤버들은 "퀸이나 저희 밴드에 입덕하실 분들은 언제나 환영합니다"라고 위키트리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보컬 신창엽 씨는 "퀸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언제나 환영합니다"라고 했고 키보드 김문용 씨는 "이제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없지만 영화로, 부족하지만 저희의 음악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