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NS에서 미투 운동에 대항하는 힘투 운동이 흥한 '진짜' 이유

2018-10-11 14:40

아들 사진 올리며 “아들이 거짓 성폭행 폭로 두려워 데이트 안 한다” 주장한 글이 SNS에서 주목
패러디 쏟아지자 아들이 직접 “힘투 운동 지지하지 않는다”며 패러디에 동참

어머니가 SNS에 올린 글 때문에 의도치않게 미투 운동에 대항하는 '힘투'(Him Too) 운동 상징이 된 남자 사연이 주목받았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상원에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53) 연방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통과됐다. 미국에서는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캐버노 인준을 놓고 둘러싸고 격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캐버노 대법관 인준을 지지하는 사람 중 일부는 캐버노가 거짓 미투에 휘말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거짓 성폭행 폭로를 당했다'는 의미로 '힘투' 해시태그를 올리며 캐버노와 캐버노를 지명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72)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마를라 레이놀즈(Marla Reynolds)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레이놀즈는 지난 6일 트위터에서 해군 제복을 입은 아들 사진과 함께 트윗을 올렸다.

마를라 레이놀즈 트위터 캡처
마를라 레이놀즈 트위터 캡처

트윗에서 레이놀즈는 아들 자랑을 늘어놓다가 "내 아들은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거짓 성폭력 폭로를 하는 요즘 분위기 때문에 여성과 단둘이 데이트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레이놀즈는 마지막에 "투표하겠다"는 말로 공화당 지지의사를 밝히고, '힘투' 해쉬태그를 덧붙였다.

레이놀즈가 올린 트윗은 곧 바로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주목받았다. 캐버노 인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마를라 트윗을 패러디한 트윗을 올렸다. "내 아들이다"로 시작되는 트윗을 반려동물이나 좋아하는 캐릭터 사진과 함께 올렸다.

패러디가 쏟아지며 힘투 해쉬태그가 트위터 실시간 인기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 힘투 운동을 지지하는 트윗보다는 패러디가 훨씬 더 많이 눈에 띌 정도였다. 레이놀즈는 예상치 못한 큰 관심과 조롱에 당황한 듯 트윗을 삭제했지만 패러디는 끊이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트윗의 주인공인 아들 피테르 한슨이 트위터에 직접 나타났다. 한슨은 지난 9일 트위터에 어머니가 올린 트윗을 패러디한 글을 올려 어머니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밝혔다.

한슨은 "그 트윗을 올린 건 우리 엄마였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때때로 자각없이 우리를 상처입히기도 한다"며 "나는 여성을 존중하고 믿는다. 나는 힘투 운동을 지지한 적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슨의 형제인 존 한슨도 트위터에서 동생이 거짓 미투 때문에 여성과 만나지 않는다는 어머니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home 권택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