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극에 달한 아파트 이웃들 사연이 소개됐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는 윗집에서 살포하는 독가스로 고통받고 있다는 제보자 사연을 소개했다. 자신을 미국에 있는 한 주립대 교수라고 밝힌 제보자 황영란(가명) 씨는 윗집에 수상한 범죄조직이 사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제보자는 아파트 CCTV 영상에 나타난 출입 기록을 토대로 윗집에서 조직적인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윗집에 문제를 제기하자 CCTV에서 나왔던 사람들이 찾아와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고 황영란 씨는 주장했다. 황 씨는 이들 중 한 명을 행동대장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제보자는 이후 윗집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미행과 가스 테러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황 씨는 윗집 남자 위협을 걱정하며 현관문을 이중으로 설치하고 방범 카메라도 추가로 설치했다.
황 씨는 집 안에서 나는 수상한 가스 냄새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특히 머리가 빨리 꽉 죄어오는 느낌"이 든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황 씨는 천장에 나타난 황록색 얼룩을 유독 가스 흔적으로 지목했다.
황 씨와 함께 사는 노모도 "가스 때문에 기운이 없다"고 말했다. 가스 때문에 집 안에 공기 청정기만 3대를 수시로 가동하고 있었다.
황 씨는 활성탄 흡착 방식으로 가스 성분을 추출해 시험기관에 의뢰했다. 그 결과 염소와 사산화황이 나왔다며 결과지를 들고 담당 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서는 마약 제조 시 발생하는 가스일 가능성을 의심했다.
담당 경찰서 강력팀과 과학수사대가 수사했지만 결과는 무혐의로 밝혀졌다. 제보자는 부실수사라고 불만을 표했다.
제작진은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문제의 윗집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윗집은 제보자가 생각한 '범죄조직'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두 자녀를 둔 가정집이었다.
윗집이 들려준 이야기는 제보자 황 씨 이야기와 전혀 달랐다. 위층 거주자 오창섭 씨는 어느 날 "담배 연기로 아랫집 아이가 고통받고 있다"는 경고문이 붙어있었다고 말했다.
오 씨는 담배를 피지 않지만, 아랫집은 막무가내로 황의를 계속했다. 황 씨는 윗집에 직접 들어와서 내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황 씨는 윗집 내부를 보고도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나도 그대로 보복할 거니까 어디 한 번 해보라"는 말도 했다.
오창섭 씨는 관리실 중재로 황 씨 사과를 받고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황 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황 씨는 이후 층간소음, 누수로 차례차례 문제 제기를 하더니 급기야 유독 가스 의혹까지 제기했다고 오 씨 가족은 주장했다.
오창섭 씨는 오히려 아랫층에서 나는 괴음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제작진이 확인해보니 아랫집에서 보복을 위해 천장에 설치해놓은 우퍼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였다. 두 달 넘게 울려퍼진 우퍼 스피커 소리는 아파트 전체에 울려퍼졌다. 다른 층 사람들도 고통을 호소했다.
제작진은 특수장비로 아랫집과 윗집을 검사했지만 위험 물질은 나오지 않았다. 황 씨가 활성탄 흡착으로 검출한 물질에 대해 이원구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방송에서 "검출된 성분은 정확하게는 염소이온과 황산이온이다. 음 이온 하나만 가지고는 위험성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씨가 유독 가스 흔적으로 지목한 천장 얼룩도 단순 누수로 인한 것이었다. 건축 전문가는 황 씨가 주장하는 불쾌한 냄새도 누수가 원인일 거라고 추측했다.
황씨는 윗집이 의도적으로 구멍을 뚫어 물과 가스가 유입된다고 주장했지만 윗집을 확인해본 결과 리모델링 공사 미비로 발생한 누수로 밝혀졌다.
특수장비와 전문가까지 동원해 확인했지만 제보자 황 씨는 끝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황 씨는 결국 당분간 공기 좋은 곳을 떠돌며 요양을 하겠다며 집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