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기관에서 홍보를 위해 온라인 이벤트를 여는 경우가 있다. 기획 의도대로 흘러가면 좋지만, 불행히도 미숙한 운영 때문에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기거나, 장난기가 발동한 SNS 이용자들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의도와 달리 역효과만 불러일으킨 이벤트 마케팅 사례를 모아봤다.
1. 제네시스 4행시 이벤트
현대자동차는 2014년 신형 제네시스를 홍보하기 위해 '제네시스'로 4행시를 짓는 이벤트를 열었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현대차에 대한 조롱을 담은 응모작이 많았다. 에어백 미작동, 누수 현상 등 결함으로 현대차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경품이 커피 한 잔뿐이었다는 점도 이벤트에 쏟아진 싸늘한 반응을 부추겼다.
2. 영화 '블랙' 홈페이지 이벤트
2009년 개봉한 인도 영화 '블랙'은 작은 홍보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용자들이 소원을 빌듯 '바라는 기적'을 적으면 홈페이지에 메시지가 출력되는 이벤트였다.
이용자들은 홈페이지에 감동적이고 훈훈한 내용 대신 장난기 가득한 메시지를 입력했다. 급기야 외설적인 메시지들이 홈페이지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3. 자유경제원 이승만 시 공모전
자유경제원이 2016년 주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최우수작과 입선작에 이승만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가 당선된 사건이다. 문제가 된 작품들은 겉보기에는 이승만 대통령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이지만 세로로 읽으면 이승만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영문시인 'To the promised land'는 세로로 읽으면 'Nigagara Hawaii'(니가 가라 하와이)라는 문구가 된다. 영화 '친구'에 등장하는 대사를 패러디해 하와이에서 생을 마감한 이승만 대통령 행적을 풍자한 것이다.
입선작 '우남찬가'도 각 행 첫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한반도분열', '민족반역자', '국민 버린 도망자' 등 이승만 대통령 행적을 비판하는 말이 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자유경제원은 두 작품 입선을 취소하고 '우남찬가' 저자를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혐의가 없다며 각하 처분을 내렸다.
4. 포카칩 별명 짓기 이벤트
2014년 오리온은 '포카칩' 홍보를 위해 '포카칩은 ○○이다. 이유는 ○○라서'라는 문구 빈칸을 채우는 이벤트를 열었다. 그러나 응모자들이 올린 부적절한 문구가 아무런 여과없이 노출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오리온은 결국 공식 입장을 내고 사과했다.
5. 루리웹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사건
게임 커뮤니티 루리웹은 2009년 댓글을 단 이용자를 추첨해 게임기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당첨자가 발표된 후 한 이용자는 1등 당첨자와 2등 당첨자가 IP가 동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첨자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항의가 거세지자 루리웹 측은 조작 의혹을 부인하며 기막힌 우연에 자신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루리웹 측은 입장문에서 "저희가 생각해도 낮은 확률입니다. 저희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의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 일어났습니다"고 말했다.
이 때 나온 "그것이 실제 일어났습니다"라는 말은 깊은 인상을 남기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패러디 소재가 됐다.
6. 파맛 첵스 부정선거 사건
2004년 농심 켈로그는 시리얼 '첵스'를 홍보하기 위해 투표 이벤트를 열었다. 이벤트는 초콜릿 맛 첵스를 상징하는 캐릭터 '체키'와 파 맛 첵스 캐릭터 '차카'를 후보로 초코왕국 대통령을 뽑는 투표를 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체키'는 초콜릿 맛을 더 진하게 한다는 공약을, '차카'는 파 맛을 넣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켈로그는 뽑힌 후보 약속에 따라 첵스초코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문구를 덧붙였다.
투표는 처음에는 무난히 체키가 앞서며 회사 의도대로 흘러갔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려진 후 상황이 달라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차카가 이기면 약속대로 파맛 첵스를 만드는지 보겠다'며 차카에 몰표를 주기 시작했다. 결국 차카는 체키를 앞서나갔다.
다급해진 농심은 보안업체에 의뢰까지 하며 비정상적인 투표를 솎아냈다. 조사에 따르면 204명이 4만 표가 넘는 표를 행사했다. 문제가 된 표는 모두 무효 처리됐다. 온라인 투표 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ARS 투표와 현장투표도 추가했다.
결과적으로 기획 의도대로 무사히 체키가 당선될 수 있었지만, 이 사건은 대표적인 온라인 마케팅 실패 사례로 꼽히며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리는 전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