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참패를 맛보고 있습니다” 호프집서 대통령이 들은 '생각지도 못한 말'

2018-07-26 21:20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저녁 광화문 근처 호프집을 깜짝 방문했다.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깜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 이하 청와대 페이스북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깜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 이하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저녁 깜짝 방문한 호프집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포기한 취업준비생을 만났다. 이 취업준비생은 문 대통령 앞에서 "지금은 참패를 맛보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의 사연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취업준비생 배준 씨는 "그동안 공무원 준비 3년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결과가 안 좋아서 그냥 고시 접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합니다"라며 "특히 문과생은 공무원 많이 합니다. 지방생은 수도권의 좋은 학교 학생에 비해 피해의식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배준 씨는 "저도 지방 출신이지만 제가 크게 야망이 있어서 좋은 기업들, 이렇게 기업을 (입사)하려 생각했었는데, 현실적으로 공무원 시험이 더 안일한 생각일 수 있는데, 제일 안정적으로 생각해 2년 전에 도전하고 지금은 참패를 맛보고 있습니다. 더하면 시간 많이 잡아먹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공백이 아깝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배준 씨 "그래도 과감하게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보니까, 공무원 해보니 잘할 수 있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게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말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관련된 직업으로 가고자 해서 과감히 포기했습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에 올라와서 공무원 시험하다가 지금은 복학했나요?"라고 물었다. 배준 씨는 "다음 학기에 복학합니다. 더 이상 하는 건 시간만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아르바이트 하나요?"라고 물었다. 배준 씨는 "시작한 지 일주일 됐습니다. 학비와 용돈을 벌어야 해서. 나이가 든 만큼 부모님께 손 벌리기 미안합니다. 알바 시작한 지 좀 됐습니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어떤가요?"라는 질문도 던졌다. 배준 씨는 "알바 구하려했는데 많이 안 구해지더라고요. 많이 뽑지도 않고. 서비스직은 여성을 더 뽑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이찬희 씨도 자신의 사연을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

이찬희 씨는 "다음 학기가 4학년 2학기입니다. 이공계지만 언어가 필요하잖아요. 토익스피킹, 오픽 공부하고 있습니다. 돈이 많이 듭니다. 시험 비용이 많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이찬희 씨는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서 제가 스스로 벌어서하는데 그게 많이 힘듭니다. 정책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취업 성공 패키지 하고 있는데도, 그걸 받아도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라며 "한 달에 25만 원 정도 듭니다. 생활비가 30만 원 정도인데 5만 원 남습니다"라고 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 깜짝 방문은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라는 명칭으로,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에서 오후 7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열렸다. 이 자리에는 청년 구직자를 비롯해 음식점·편의점 업주와 도시락 업체 사장 등 자영업자, 아파트 경비원 등이 참석했다.

당초 참석자 대부분은 문 대통령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문제 등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정부 관계자에게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청와대는 이날 행사 시작 약 10분 전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다는 사실을 깜짝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참석자 가운데 유일하게 취업준비생 배준 씨는 문 대통령을 만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지난해 3월 노량진 빨래방에서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문 대통령과 만났던 군무원 준비생 배준 씨는 의전(비서관실)에서 연락해 참석했다"며 "배준 씨는 대통령 일정임을 알고 온 유일한 참석자이며 이전에 만났던 국민을 다시 만나 사연과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