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당뇨병을 앓고 있는 아들과 다른 환아 가족들을 위해 해외 의료기기 구매·보급에 일조했던 김미영 씨가 노력의 결실을 보게 됐다.
김미영 씨는 19일 경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기기 규제혁신' 행사에서 사례 발표를 했다. 김 씨는 해외에서 많이 쓰이는 혈당관리용 의료기기를 직접 구매했다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다른 소아당뇨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혈당관리 기기를 공동구매한 것이 무허가 의료기기 판매라는 게 식약처 주장이었다.
김 씨는 "(아이를 위해) 필요한 제품을 필사적으로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런 행위가 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7차례 조사를 받아야 했다"라며 당시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씨는 지난달 29일 최종적으로 검찰에서 사실상 선처인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시 김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각종 조사를 받는 1년 3개월 시간 동안 너무 지치고 힘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검찰이나 법원 같은 데는 가고 싶지 않다"라며 처분에 만족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탄원과 법적 조력 등 자신을 위해 힘을 써준 환아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날 김 씨는 발표에서 "(이후) 식약처에선 의료기기법을 개정해 환자들이 (해외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당뇨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씨가 발표한 이번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씨 사연에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아픈 아이를 둔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애가 타고 속상했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씨 사연에 대해 "의료기기 규제에 대해 우리에게 깊은 반성을 안겨준다"라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된 의료기기들이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활용되지 못한다면, 무엇보다 절실한 환자들이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없을 것"이라며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안전성이 확보되는 의료기기의 경우, 보다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하고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의 벽을 대폭 낮추고 시장 진입을 위한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과감한 규제 혁신을 주문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전국에 '연구중심병원'을 늘리고, 국산 의료기기의 성능 개선 및 외국 제품과 비교테스트를 할 수 있는 병원 테스트베드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또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재정적 기반을 갖추겠다"면서 "의료기기 산업 육성법, 체외진단 의료기기법을 제정해 혁신적 의료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체외진단 의료기기 개발을 활성화하겠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사례 발표를 마친 김 씨에게 악수를 청하고, 김 씨 아들인 정소명 군에게도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 양현종·이범호 선수 사인 글러브와 야구 배트를 선물하며 격려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류영진 식약처장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관계부처와 관련 기업 대표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