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김동철 임채두 정경재 기자 =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5)양이 친아버지와 내연녀 어머니에 의해 이미 8개월 전 유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께 친부 고모(36)씨는 "숨진 준희를 군산 야산에 버렸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고씨가 유기했다고 진술한 야산을 수색한지 7시간여 만에 30㎝ 깊이 구덩이 속에서 싸늘한 주검을 발견했다.
고씨가 준희양을 유기했다고 털어놓은 시점은 무려 8개월 전인 지난 4월 27일이다.
그는 자신과 내연녀 어머니 김모(61)씨 행적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4월 26일부터 27일 사이 행적을 묻자 범행을 실토했다.
이들 진술을 종합하면 고씨는 4월 26일 오후 김씨에게 "병원 진료를 부탁한다"며 준희양을 맡겼다.
하지만 고씨가 이날 야간근무를 마치고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원룸에 도착했을 때 준희양은 입에서 토사물을 쏟은 상태였다.
준희양은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이날 오후 11시께부터 숨을 거뒀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고씨와 김씨는 숨진 준희양을 김씨 차량 트렁크에 싣고 차편으로 50여분 거리인 군산의 매장 현장으로 떠났다.
둘은 이튿날 오전 1∼2시 사이 군산 한 야산에 도착한 뒤 1시간 30여분간에 걸쳐 깊이 30㎝가량 구덩이를 파고 준희양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씨는 범행 후 김씨를 원룸에 내려주고 태연하게 자신의 완주군 봉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고씨 내연녀인 이모(35)씨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고씨는 "준희가 숨지면 생모와의 이혼소송과 양육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유기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털어놨다.
경찰은 이 두명을 긴급체포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범행 경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내연녀와 범행을 공모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준희양 실종 수사는 고씨 내연녀 이씨가 지난 8일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니까 아이가 없어졌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인력 3천여명과 수색견, 헬기 등을 동원해 준희양이 실종된 원룸 반경 1㎞를 대대적으로 수색하는 한편 의심이 가는 가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고씨와 이씨, 이씨 어머니이자 준희양 양육을 책임진 김씨를 압박했지만, 비협조적인 태도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올해 초 고씨와 김씨가 함께 군산을 다녀온 사실을 파악한 경찰의 집중 추궁에 고씨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