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에 사람들이 기다리는데…” 크레인 기사가 본 제천 화재 현장

2017-12-22 10:00

이 씨 부자가 구조한 3명은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크게 다친 곳은 없다고 알려졌다.

21일 오후 3시53분쯤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8층짜리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불이 나 구조를 기다리던 시민이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다 / 뉴스1
21일 오후 3시53분쯤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8층짜리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불이 나 구조를 기다리던 시민이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다 / 뉴스1

크레인 업체를 운영하는 아들과 아버지가 제천 화재 현장에서 연기를 뚫고 갇혀 있던 사람 3명을 구했다.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28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당시 스포츠센터 인근을 지나던 크레인 업체 부자는 더 큰 참사를 막는 데 기여했다.

아버지와 함께 크레인 업체를 운영하는 이기현 씨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화재 현장에 관해 말했다.

이 씨는 "다행히 시내 쪽을 지나가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화재) 현장에서 전화하셔서 '근처에 있으면 빨리 장비를 끌고 와라. 지금 난간에 사람들이 매달려 있으니 우리 장비가 들어오면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해서 제가 5시경 현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 씨가 도착한 시각은 화재가 발생한 지 약 1시간 뒤였다. 이 씨는 "이미 연기가 깨진 유리창 사이로 나오고 있었다. 일단 난간에 있던 3명을 구해야 해서 최대한 빨리 장비를 펴서 난간에 대줘야 하는데 연기가 너무 거세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연기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자 이 씨의 부친 이양섭 씨가 나섰다. 이 씨는 "아버지께서 베테랑이시기 때문에 감각적으로 크레인 운전을 하셔서 벽에 붙이고 사람이 저희 버킷에 타는 것도 보이질 않았다"며 "한 1분 정도 대기한 후 조심스레 내려보지 4층 높이 정도에서 버킷에 3명이 타고 있는 게 보였다. 그러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말했다.

이 씨 부자가 구조한 3명은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크게 다친 곳은 없다고 알려졌다.

화재사고에서는 유독가스가 계단을 타고 수직으로 번져 많은 희생자를 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이영주 교수는 "연기 피해는 계단부나 수직 관통부를 통해 빠르게 퍼졌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유일한 피난 통로인 계단으로 피할 수 없고 오히려 그쪽에서 연기가 굉장히 급속하게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피해자들은 꼼짝없이 당하실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home 이정은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