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게 물었다 “내 결혼 상대가 혼전 동거 경험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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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너무 이중적인 것 같은데…그냥 마음이 먼저 싫을 것 같다.“

"제 남자가 다른 여자와 살았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나처럼 같이 빨래하고, 음식 해 먹고 살았겠지?’라는 생각이 계속 떠오를 것 같아요"

A(여·23) 씨는 대학 3학년 때 만난 남자친구와 2년째 '반 동거' 생활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집이 멀어 대학 앞에 각자 원룸을 얻고 자취를 했다. 교제를 시작한 지 3개월째부터 A 씨는 남자친구 집에서 먹고 잤다. A씨는 매일 밥도 같이 먹고 공부도 같이 하는데 굳이 떨어져 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A 씨는 당연히 '연인과의 혼전 동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남자가 동거 경험자라면?"이라는 질문엔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본다"고 머뭇거리며 답했다. 배우자의 동거 경험은 아직 젊은 층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까?

지난 2일 서울 신촌 거리로 나갔다. "혼전 동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 결혼 상대가 혼전 동거 경험자라면?"이라고 적은 팻말 두 개를 들고 의견을 물었다.

◈ 내 결혼 상대가 혼전 동거 경험자라면 "글쎄"

앙케이트 조사 결과
앙케이트 조사 결과

신촌 거리를 지나는 20대 청년 184명에게 "연인과의 혼전 동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주고 '찬성', '반대'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이 질문 이후 "내 결혼 상대가 혼전 동거 경험자라면?"이라는 질문을 주고 "상관없다"와 "결혼을 다시 생각한다"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혼전 동거' 찬반을 묻는 설문에선 184명 중 152명(82.6%)이 연인과의 혼전 동거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성별로 보면 혼전 동거에 찬성하는 남성 비율이(87.5%) 여성(78.1%)보다 약 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응답한 젊은 세대(13세~24세) 비율 / '청소년의 결혼과 가사에 대한 의식' = 통계청, 여성가족부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응답한 젊은 세대(13세~24세) 비율 / '청소년의 결혼과 가사에 대한 의식' = 통계청, 여성가족부

좀더 많은 젊은이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지난 4월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08~2016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3~24세 5568명 중 61.7%가 "결혼 전 동거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혼전 동거에 찬성한 젊은 세대(13~24세) 비율은 2008년 56%, 2012년 58.4%, 2014년 56.8%로 꾸준히 상승했다.

'내 결혼 상대가 혼전 동거 경험자인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설문엔 신촌 거리 응답자 182명 중 107명(58.2%)이 '상관없다'라고 답했다. '결혼을 다시 생각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77명(41.8%)으로 앞서 혼전 동거를 반대하는 응답자 32명(17.4%)보다 45명(24.4%)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혼전 동거에 대체로 ‘찬성’(82.6%)했지만, 내 결혼 상대의 혼전동거 경험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58.2%)만이 '상관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10명 중 4명 정도는 '다른 사람과의 동거 경험'은 곤란하다고 느낀 것이다.

지난 2일 서울 신촌 거리에서 설문에 응한 여성이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신촌 거리에서 설문에 응한 여성이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거를 반대하는 이들도 일부(17.4%) 있었다. 남성 C(29) 씨는 "결혼이 전제된 동거가 아니라면, 그 동거는 쾌락을 목적으로 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거를 했던 여성이 이별을 맞이하고 새로운 상대를 만난다면 살림을 2번 차리게 되는 것"이라며 "아직도 보수적인 면이 강한 한국에서는 썩 좋은 느낌으로 와 닿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여성 D(24) 씨도 "동거를 경험했다는 건 법적인 부분만 빼면 이혼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 사람이 동거 한다고 하면 뜯어말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연인과의 혼전 동거에 찬성하는 이들은 '결혼' 혹은 '결혼 외적인 부분'에서 동거의 장점을 꼽았다. 남성 B(26) 씨는 "평생을 만날 배우자라면 꼭 동거를 해볼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그 친구가 잠잘 때 코를 고는지, 집 정리는 잘 하는지 동거를 해봐야 알 수 있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한 여성 A 씨는 동거 이유로 '결혼 전 탐색'을 들지 않았다. A 씨는 “그냥 남자친구가 좋으면 계속 같이 있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혼자 있으면 치우기도 귀찮고 돈도 많이 들어서 밥도 잘 안 챙겨 먹는데, 같이 생활하면 돈도 시간도 많이 아낀다"라고 했다. A 씨는 2년째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지만, 부모님 성화가 두려워 아직 동거 사실을 집에 알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 184명 가운데 152명(82.6%)이 혼전동거에 '찬성'했다. 내 결혼 상대가 혼전동거 경험자여도 '상관없다'는 응답자는 이보다 77명(24.4%)이 적은 107명(58.2%)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 184명 가운데 152명(82.6%)이 혼전동거에 '찬성'했다. 내 결혼 상대가 혼전동거 경험자여도 '상관없다'는 응답자는 이보다 77명(24.4%)이 적은 107명(58.2%)으로 나타났다.

연인과의 혼전 동거는 가능하지만, 내 결혼 상대의 혼전 동거 경험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20대 초반 남성 E 씨는 “이거 너무 이중적인 것 같은데…그냥 마음이 먼저 싫을 것 같다. 내 여자가 아니란 느낌이 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인과의 혼전 동거를 ‘찬성’하는 이들 중, 내 결혼 상대의 혼전 동거 경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응답자는 53명(34.9%)으로 나타났다.
연인과의 혼전 동거를 ‘찬성’하는 이들 중, 내 결혼 상대의 혼전 동거 경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응답자는 53명(34.9%)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수정 부연구위원은 "자신이 상대방과 첫번 째 동거를 찬성 하느냐와 두번째 동거까지 이해하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다"면서 "내 결혼 상대의 혼전동거 경험까지 수용하는 것은 한단계 진보한 개방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변 연구위원은 "현재 파트너에게 다른 파트너가 있었다는 것까지 용납하는 것은 조금 더 어려운 개방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