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거르는 성분 알려드림” 성분 분석 블로거 '화장품 읽어주는 남자' 인터뷰

2017-12-15 10:40

울긋불긋한 화농성 여드름을 모두 없애고 '꿀 피부'로 다시 태어난 '화읽남' 임관우 씨와 만났다.

지난달 말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화장품 읽어주는 남자’ 임관우(24) 씨를 만났다. 화장품 성분 분석 블로거 다운, 깔끔한 피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하 오세림 기자
이하 오세림 기자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별명이 성게, 멍게일 정도로 피부가 정말 안 좋았어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피부가 아니었다. 그는 학창시절 자고 일어나면 베개에 피가 묻어있을 정도로 심각한 화농성 여드름으로 고생했다.

임 씨는 화장품 성분과 피부 연구를 시작했다. 차근차근 피부 관리법을 익혀나갔다. 여드름 흉터는 남았지만, 울긋불긋한 여드름은 거의 사라졌다. 피부 관리에 대한 지식과 나름의 노하우가 쌓여갔다. 본인만 '꿀 피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 임 씨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2014년 11월 오픈한 네이버 블로그 '화장품 읽는 남자'는 15일 기준 누적 방문 수 561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에 3~4000명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직접 올린 글은 1139건에 이른다.

임 씨는 전 국민이 ‘꿀 피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블로그로, 화장품으로 ‘전 국민 꿀 피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군대에서 처음 시작...처음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

Q : 성분 분석 블로거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 제 피부가 정말 많이 안 좋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별명이 성게, 멍게일 정도였다. 얼굴 전체가 화농성 여드름으로 덮여서.... 심할 때는 자고 일어나면 베개에 피가 묻어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게 화장품밖에 없었다.

유행한다는 화장품을 많이 사봤다. 남들이 좋다고는 하는데 저한테도 좋은 건 모르겠더라. 여드름이 낫는다는 느낌도 못 받았고, 계속 심해졌다.

‘내가 화장품을 쓰는데도 피부가 안 좋아지는 건 화장품에 문제가 있다,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보자’고 호기심이 생겼다.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2012년도에 공군에 입대했는데 의외로 일과 외에 시간이 많이 남았다. 사이버 지식 정보방(군대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장소)에서 연구나 공부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성분, 피부, 여드름에 대해서 그때부터 전문적으로 접근을 했다. 관련 전공 서적 같은 걸 사서 많이 봤다.

Q : 네이버 블로그에서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따로 있나?

A : 공부를 하고 적용을 하니까 내 피부는 조금씩 개선이 됐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내가 이때까지 해왔던 길을 똑같이 걸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화장품을 사서 바른다든가. ‘군대에서 뭐라도 해서 나가자’라는 생각에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다. 2012년부터 운영하다 폐쇄했고, 2014년부터 제대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이버 지식 정보방에선 보안 때문에 사진이 첨부파일로 안 올라간다. 그래서 간간이 글 위주로 시작했다. 화장품 성분 분석도 글 위주로 했다. 그런 것들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

이하 '화장품 읽어주는 남자' 블로그
이하 '화장품 읽어주는 남자' 블로그

Q : 블로그를 보면 내용이 정말 방대하다. 꾸준히 올리는 게 쉽지 않을 텐데.

A : 처음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욕심이 생기다 보니 매일매일 올리게 되더라. (임관우 씨는 약 3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을 총 1139건 게재했다. 하루 평균 한 건씩 글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요즘은 너무 힘들다. (블로그를 같이 하시는 거면 병행이 힘드실 것 같다) 하루 종일 그걸 붙들고 있다. 글, 동영상...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한다. 요즘에는 나태해진 것 같다. (웃음) 주말에는 좀 쉬고 있다.

◈ 덕분에 피부 좋아졌어요, 사랑해요...그 힘으로 아직 운영한다

Q : 주로 질의응답 중심으로 활동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다. ‘진짜 요즘 궁금해하시는 게 어떤 걸까'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걸 기반으로 해서 콘텐츠를 만든다. 웬만한 관련 정보는 블로그에 다 수록이 돼 있다. 그걸 또 똑같이 영상으로 만들면 구독자분들은 '진부하다', '안 봐도 된다' 하시는 경우도 있어서 질의응답식으로 풀어나가게 된 것 같다.

제가 하고 있는 게 ‘전 국민 꿀 피부 프로젝트’다. 최대한 많은 답변을 드리고 싶다. 많은 질문을 받고. 피부과 의사분들도 임상 많이 하실수록 경험이 많이 쌓인다. 그것처럼 여러 사례를 보면서 저도 많이 공부가 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극은 적은 것 같다. 콘텐츠의 자극성. 그건 부족한 것 같다.

Q : 가장 기억에 남는 구독자나 사연이 있나?

A : 잊을 수 없는 경험이 있다. 많은 분이 쪽지, 댓글 등으로 “피부 좋아졌다”고 써주시는데, 보통 사진을 올려주시는 분들은 잘 안 계신다. 피부가 민감한 부분이니까.

근데 2016년도에 카페에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 사랑한다고 글을 하나 올렸다. 여드름 때문에 피부가 안 좋았을 때 사진들, 제가 알려드렸던 것들을 적용해나가는 모습들, 그런 것까지 사진을 다 찍어서 피부가 서서히 개선되고 있는 모습을 올려주셨다.

보면서 ‘내가 저렇게 해왔는데’ 했다. 내가 해온 과정을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밟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지금까지 ‘화장품 읽어주는 남자’ 운영해오면서 가장 보람찼다. 그 힘으로 아직도 하는 것 같다.

Q : 블로그 정보가 방대하다. 처음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을 위한 사용설명서를 만든다면?

A : 블로그에 ‘피부와 여드름’ 카테고리가 있다. 거기 있는 포스트들을 오래된 것부터 하나씩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읽어보시면 피부나 여드름과 관련된 트렌드 변화도 조금 쉽게 읽으실 수 있다. 몇백 개 되긴 하는데 하나씩 천천히 보시면 그만큼 얻어 가시는 게 많을 것이다.

'화장품 읽는 남자' 블로그 내 '피부와 여드름' 카테고리
'화장품 읽는 남자' 블로그 내 '피부와 여드름' 카테고리

◈ 느리게 성장하더라도 올바르게 성장하고 싶다

Q : 화장품 브랜드 ‘아크메르’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화장품 회사도 많은데 창업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한 이유가 있나?

A : 사실 언젠가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내가 진짜 만들고 싶은 화장품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 사실 제 기준에 딱 부합하는 화장품이나 화장품 브랜드를 찾을 수가 없었다. 많은 분이 제품 추천 요청을 하셔서 제가 쓰던걸 계속 알려드렸지만 한계가 있었다.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2016년이 좀 힘든 해였다. 취업하고 경험을 쌓은 뒤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취업이 어려웠다. 사업을 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궁지에 몰리게 되니까 하게 되더라.

Q : 운영하며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 지금은 따로 없다. 바른길을 걸으면서 느리게 성장하더라도 올바르게 성장하는 게 목표다. 굳이 꼽자면 제품 개발이 오래 걸리는 거다. 신제품을 많이 만들고는 싶은데 제 기준에 맞추다 보니까 제 발목을 잡는다. 그게 제일 힘든 것 같다.

Q : 동물 실험 같은 것도 안 하더라.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 강아지를 키운다. 실험용으로 쓰이는 애들을 보면 가슴이 찢어져서 못 보겠다. 토끼도 그렇고. 정말 없어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다. 아마 없어질 것이다. 동물을 대체할 수 있는 게 많이 나오고 있다. 비용은 크게 들지만,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세림 기자
오세림 기자

◈ 성분 분석 어렵다면 에탄올·변성 알코올은 믿고 걸러라

Q : 위키트리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피부 '꿀팁'이 있다면?

A : 화장품으로는 여드름을 없앨 수 없다는 팁을 꼭 주고 싶다. 많은 분이 화장품을 여드름 치료 목적으로, 여드름을 없애기 위해 구매를 하신다. 근데 사실 여드름을 없애려면 화장품을 사서 쓰는 게 아니라 피부과를 가셔야 한다. 먹는 약을 처방받으시거나 어렵다면 바르는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Q : 비용 두려움 때문에 피부과 가기가 쉽지 않다.

A : 워낙 상업적인 피부과가 많다. 피부과를 갔을 때 의사를 먼저 만나는 게 아니라 실장을 먼저 만난다면 상업적인 피부과다. 정말 많은 분들이 피부과 가서 화장품을 구매해 오신다. 정말 잘못된 관행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피부과들이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정말 많은 피부과가 상업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품에 의지하신다. 피부과가 비쌀 것 같다고 생각하고. 그런데 여드름 약 먹으면 생각보다 별로 안 비싸다. 피부과를 방문하시면 피부는 분명히 좋아진다. 여드름도 분명히 개선된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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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성분 분석을 주로 하시는데, 막상 화장품 살 때 보려고 하면 복잡하고 어렵다. 혹시 쉽게 설명해줄 수 있나? '이것만은 믿고 걸러도 된다' 하는 성분이 있다든가.

A : 피부 민감하신 분들은 에탄올과 변성 알코올, 이 두 개는 진짜로 믿고 거를 수 있는 성분이다. 보통 여드름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민감한 피부가 많은데, 에탄올과 변성 알코올이 피부를 굉장히 건조하게 한다.

쿠션 사실 때도 있을 수 있는데 주로 알로에 젤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알로에 젤은 두 가지가 빠져있는 제품 아무거나 쓰시면 된다. 사실 두 성분이 사용하면 시원하다. 진짜 건강한 지성 피부에는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피부를 가지신 분이 많지는 않다.

Q : 이외에도 논란 여지가 있는 성분들이 있다. 파라벤이나 미네랄 오일 등.

파라벤은 아직 논쟁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안전한 방부제이긴 하다. 호르몬 관련해서 아직 완벽한 연구나 임상 결과가 없어서 애매하다. 업계에서는 괜찮지 않냐 하는데 사실 소비자가 믿고 거르자고 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미네랄 오일은 써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알레르기가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광물이라 불순물이 생길 수 있고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논쟁이 계속 생긴다. 피부가 많이 건조하시다면 써도 된다. 대신 피부가 많이 건조하지 않으시면 웬만하면 식물성 오일을 쓰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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