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조각가 작품들이 한국에 들어온다. '현대 조각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이 오는 21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1901~1966)는 스위스 조각가이자 화가로, 작품마다 경매 신기록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한국특별전에는 오리지널 석고 원본 15점을 포함해 조각, 회화, 판화, 스케치 등 자코메티의 작품 12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 보험 평가액만 19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역대 국내 전시 가운데 2015년 마크 로스코전(2조 5000억 원)을 제외하면 최고가다.
1억 달러 조각가 '자코메티'
세계 경매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자코메티 열풍'이 불고 있다. 미술 전문매체 아트넷에 따르면 경매 시장에서 1억 달러가 넘게 팔린 조각상은 자코메티 작품 세 점뿐이다.
2015년 5월 자코메티의 '가리키는 사람'(1947)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4128만 5000달러에 낙찰되면서 조각 작품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우리 돈으로 약 1533억 원에 달한다.
앞서 2010년 2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는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1961)이 1억 423만 7000달러에 낙찰됐다. 이때 가격은 당시 최고 기록으로, 2004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 416억 8000달러에 낙찰된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을 제쳤다.
그 다음으로 2014년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전차'(1951-52)가 1억 96만 5000 달러에 낙찰돼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코메티 작품 중에는 5000만 달러가 넘게 팔린 작품도 두 개나 있다. '길고 야윈 얼굴'(1955) 또는 '디에고 흉상'이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 중 하나는 2010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5328만 2500 달러에, 다른 하나는 2013년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5000만 5000 달러에 낙찰됐다.
이외에도 예술품 전문 딜러 닉 맥클린(Nick Maclean)은 최근 10년 간 미술품 시장에서 자코메티 작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자코메티 작품 중 3000만 달러대에 판매된 작품은 1개('타탄 체크 셔츠를 입은 디에고' 유화), 2000만 달러대 작품은 4개, 1000만 달러대 작품은 23개로 기록되고 있다. 100만 달러 이상 1000만 달러 미만 작품은 무려 188개다.
소더비의 선임감독 사이먼 스톡(Simon Stock)은 "자코메티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한 번도 명성을 추구한 적이 없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몰두했던 완전한 예술가였다"고 평가한다.
역대 가장 충격적이었던 '걸어가는 사람' 경매
자코메티의 걸작으로 꼽히는 '걸어가는 사람 Ⅰ'은 청동상 에디션이 모두 여섯 점이다. 그 중 하나가 2010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왔다. 처음 1200만 파운드로 경매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아무도 이 작품이 그토록 큰 파장을 몰고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경매는 뜻밖의 치열한 경쟁으로 예상가액을 훨씬 뛰어 넘어 6500만 파운드(약 1억 430만 달러)로 끝났다. 이전에 팔렸던 자코메티 작품 중 가장 비싼 것이 2008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서 있는 여인 Ⅱ'으로 약 2740만 달러였다. 그에 비하면 가격이 4배 이상 뛴 것이다.
이 비싼 가격을 주고 '걸어가는 사람'을 산 사람은 누굴까. 당시 이 고객은 소더비 딜러를 통해 익명으로 경매에 참여했기에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추측이 난무했다. 미술품을 사랑했던 러시아 재력가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보리스 이바니시빌리가 물망에 올랐다.
수많은 사람들은 두 사람이 유치한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진짜 고객은 부유한 은행가의 부인인 릴리 새프러(Lily Safra)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걸어가는 사람'은 사람 실물 크기 조각상으로 자코메티가 수많은 버전 중에 '걸어가는 사람 Ⅰ'과 '걸어가는 사람 Ⅱ'만 작품으로 남겼다고 전해진다.
비정상적으로 앙상하고 가느다란 인체 형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에게 찾아온 불안한 시대 정신과 고독을 상징한다는 평이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자코메티 조각에 대해 "항상 존재와 무(無)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특별전에서는 '걸어가는 사람' 석고 원본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한다. 석고 원본은 작가가 청동상 작품을 만들기 전 마지막으로 본을 뜨기 위해 직접 손을 댄 오리지널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다른 '걸어가는 사람' 청동상들은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갤러리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