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배우 고(故) 김주혁씨가 사고 당시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먹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씨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조직 검사를 진행한 결과 사망 원인은 1차 소견과 마찬가지로 머리뼈 골절 등 머리 손상으로 판단된다는 회신을 보내왔다고 14일 밝혔다.
국과수는 약독물 검사에서도 미량의 항히스타민제가 검출된 이외에 알코올 등 특기할 만한 약물·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결과를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심근경색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국과수는 심장동맥 손상이나 혈관이상, 염증 등이 없어 심근경색이나 심장전도계의 이상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부검 직후 1차 구두소견에서도 심근경색은 김씨의 사인이 아니었고, 심근경색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작다고 밝힌 바 있다.
국과수는 다만 김씨가 앞서 가던 그랜저 승용차와 두 차례 부딪힌 이후 가슴을 운전대에 기댄 채 양손으로 운전대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비춰볼 때 김씨가 자구력을 잃었을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과수는 최종 교통사고로 인한 치명적인 머리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사후에 밝히기 어려운 급격한 심장·뇌 기능 이상이 선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씨의 부검에서 사고 원인을 특정할 만한 유의미한 결과가 없어 김씨 사고의 경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으로 남게 됐다.
자세한 사고 원인은 국과수가 현재 진행 중인 김씨의 벤츠 SUV '지바겐' 차량에 대한 감정 결과가 나와야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감정은 한 달가량 더 걸릴 전망이다.
한편 경찰은 이달 2일 '지바겐' 차량을 국과수로 옮기는 과정에서 조수석 의자 밑에서 블랙박스가 발견됐다고 뒤늦게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이 블랙박스에 전방 영상만 있을 뿐 차량 내 음성녹음 등이 되지 않아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블랙박스의 음성녹음 기능을 꺼둬 녹음이 안 된 것으로 보고, 블랙박스 본체 등에 혹시라도 음성녹음이 돼 있는지 정밀 분석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15일 오전 11시에 도로교통공단과 합동으로 사고 장소 조사를 벌여 차량 속도와 타이어 흔적(스키드마크) 등에 대한 분석을 벌일 계획이다.
정창배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은 13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부검 최종결과와 피해자 측 블랙박스 영상, 도로교통공단과 벌이는 현장조사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김씨의 사인도 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