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앵커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으로부터 상납금, 일명 '특수공작사업비'를 받은 박근혜 정부에 '삼국지'를 인용해 일침을 가했다.
손석희 앵커는 "어제 삼국지 도원결의에서 시작한 데 이어서 오늘도 본의 아니게 삼국지에서 시작합니다"라며 지난 2일 오후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손 앵커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자서전에 나온 "내 첫사랑은 조자룡이 아니었을까"라는 문구를 언급했다. 손 앵커는 "그는 유독 조자룡을 편애했습니다. 조자룡은 삼국지 영웅호걸 중에 단 한 번도 주군을 배신한 적 없는 의리의 표상이었습니다"라며 "그래서였을까, 실로 탄핵된 대통령과 그 주변에는 '의리'라는 말이 넘쳐났습니다"라고 했다.
손 앵커는 과거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친박계 의원들'이 했던 '의리' 관련 발언들을 되짚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1년 친박 산악모임인 '청산회' 송년회에서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3월 14일 페이스북에 "탄핵됐다고 인간적인 의리를 끊으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했다. 손 앵커는 이 같은 발언을 언급하며 "그들에게 있어 의리는 세상 모든 가치를 앞서는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손 앵커는 지난해 2월 조원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뉴스룸'에 나와 "헌법적인 잣대보다는 인간 간 관계가 훨씬 중요하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손 앵커는 "헌법보다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어쩌면 지난 정권이 몰락한 것도 이런 놀라운 가치관 때문이 아니었을까요"라고 했다. 이어 "심지어 배신하지 않는 진실한 사람, 즉 '진박'으로 국회를 채우기 위해서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그 의리를 실천했다고 하니 의리를 위해서는 국민 혈세쯤이야 쌈짓돈 정도로 여겼을지도 모를 일이죠"라고 덧붙였다.
JTBC '뉴스룸'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 지시로 국정원 돈을 받았다. 받은 돈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라고 진술했다며 지난 2일 단독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재만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어차피 나라를 위해 쓰일 돈, 필요에 따라 통치자가 쓸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문고리 삼인방'을 40억대 뇌물수수 공범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고리 삼인방은 권력자에게 향하는 문이라는 뜻으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을 말한다. 검찰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정기 상납받은 혐의로 3일 구속했다.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은 최순실 씨에게 청와대 비밀 문건 등을 유출한 혐의로 이미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은 박 정부가 정기 상납받은 40억 원외에도 '진박(친 박근혜계 중에서도 핵심 인사)'을 감별하고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5억 원을 총선 여론조사에 사용했다고 지난 1일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손 앵커는 앵커브리핑을 마무리하며 "첫사랑은 조자룡. 그러나 정작 조자룡의 의리가 빛났던 것은 그가 대의를 위해서 직언을 서슴지 않았을 때였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