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살해·유기 '어금니 아빠' 호화생활 정황 포착

2017-10-08 16:00

고급 승용차를 몰고 값비싼 혈통견을 분양받는 등 호화 생활을 해온 정황이 뉴스1 취재결과 확인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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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이원준 기자 =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도 소재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씨(35)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자신과 딸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온갖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당초 소문과 달리 후원자들로부터 모금한 돈으로 고급 승용차를 몰고 값비싼 혈통견을 분양받는 등 호화 생활을 해온 정황이 뉴스1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씨는 10여년 전 딸과 함께 얼굴 전체에 종양이 자라는 희귀병인 '유전성 거대 백악종' 환자로 알려지면서 각종 언론 매체로부터 주목받았다. 이후 이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와 각종 SNS 계정 등을 통해 "딸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닥치는대로 많은 일을 해왔다"고 호소하며 후원을 요청하거나 희귀병 환자의 삶을 담은 책을 내는 방법으로 후원금을 모금했다.

그러나 8일 <뉴스1> 취재 결과 이씨는 불과 1년 전까지 끊임없이 차량을 튜닝하거나 혈통견을 사고 파는 등 남다른 씀씀이를 과시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소재의 한 자동차 튜닝 업체 홈페이지에서는 이씨가 2016년 5월에 차량 출력을 높이기 위한 에어덕트 부품 견적을 내달라는 글을 작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게시물에는 이씨가 자신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후원금을 모금할 때 사용한 휴대폰 번호와 이씨의 본명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씨가 차량 튜닝에 열중해왔다는 사실은 이씨 가족들과 같은 동네에 살던 주민들의 증언에서도 드러난다. 수년 동안 이씨 가족을 봐왔다는 한모씨(62·여)는 "주차장에 자동차를 대놓고 내부 작업을 자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자신이 직접 (부품을) 이것저것 차에 설치하곤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고급 승용차를 끌고 다녔다는 말도 사실"이라며 "이씨가 매번 주차하는 구역이 있었는데 여러 종류의 고급 승용차들을 볼 수 있었다. 혼자 다닐 때는 오토바이를 애용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씨는 2010년 9월경 한 중고 오토바이 거래 사이트에도 자신이 직접 튜닝한 오토바이를 13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씨는 자신이 올린 매물과 관련, '총 교환 비용이 70만원 이상이다', '샵에서 이 정도 바이크를 구입하려면 120만원 정도 주셔야 구입 가능하다'는 등의 설명도 곁들였다.

이씨는 같은달 말 차량용 가죽시트 전문 업체에 자신이 새로 구입한 차량의 시트 교환 견적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씨가 이 업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작성한 글에는 "신차 쌍용 뉴 로디우스 4륜 플래티넘 최고급형으로 계약해 10월 중순에 출고한다", "소장님한테는 이야기했는데 잘해달라", "진정한 단골이지 않느냐"는 등 해당 업체를 자주 이용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게시물에는 "늘 저희 업체를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는 업체 관계자의 댓글도 달려 있다.

이씨가 열을 올린 취미는 차량 튜닝만이 아니었다. 이씨는 각종 애견 분양 및 훈련 업체를 통해 혈통견을 고가에 분양받고, 그 개가 낳은 새끼 등을 마찬가지로 비싼 가격에 분양했다.

이씨는 2015년 4월 한 애견 분양 업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부모견이 모두 장모인 닥스훈트 종의 수컷 개를 20만~25만원 선에서 분양받기를 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또다른 애견 분양 업체 홈페이지에 새끼 닥스훈트 4마리를 분양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씨는 해당 게시글에서 "엄마(모견)는 약 300만원에 제가 분양받은 아이다. 현재 엄마는 약 1000만원이 넘는다"며 자신이 분양하려는 강아지들의 혈통을 과시하기도 했다.

혈통견에 대한 이씨의 관심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씨는 그해 1월 한 애견 훈련소 홈페이지에 "강원도 어머니 댁에서 키우는 미니 불테리어 한쌍을 무료로 드린다. 수컷은 쇼독으로 분양받아서 참피온 혈통에 200만원짜리다"라며 "어머니가 나이가 있어 힘들어하셔서 잘 키워주실 분에게 드리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한편 이씨는 8일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3시간여에 걸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북부지방법원으로 호송했다. 이씨는 취재진으로부터 '후원금을 억대로 받아 호화 생활을 했다는데 사실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지만 일절 대답하지 않은 채 호송차량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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