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뉴스1) 정유진 기자 = 홍상수 감독의 칸 영화제 수상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제70회 칸 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 현지에서 만난 한 영화 관계자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스1에 "칸 영화제가 작품보다 사람에게 상을 주는 성향이 있는 만큼 홍상수 감독의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칸 영화제와 여러 번 인연을 맺었던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주목할 것이라는 것.
홍상수 감독의 올해 '그 후'로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그의 생애 첫 경쟁 부문 진출작은 제57회 칸 영화제에 초대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다. 이후 '극장전'(2005), '다른 나라에서'(2012) 등이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그 후'가 네 번째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셈이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경쟁 부문 외에도 '강원도의 힘'(1998), '오!수정'(2000), '하하하'(2010), '북촌방향'(2011)이 그해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바 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6)가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올해 초청된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 2편을 합하면 총 10편이 지난 20년간 꾸준히 칸 영화제의 부름을 받았다.
칸 영화제가 한 번 인연을 맺은 감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제69회 칸 영화제에서 '단지 세상의 끝'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캐나다 자비에 돌란 감독이다.
자비에 돌란 감독은 '칸이 키운 천재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데뷔작인 '아이 킬드 마이 마더'(2009)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서 3관왕을 달성했고, '하트비트'(2010)와 '로렌스 애니웨이'(2012)가 그해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대됐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여우주연상과 퀴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첫 경쟁 부문 초청작인 '마미'(2014)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온 사건은 지난해 경쟁 진출작 '단지 세상의 끝'으로 자비에 돌란이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일이다. '단시 세상의 끝'은 칸 영화제 당시 언론으로부터 평점 1.4점을 받는 등(스크린데일리) 혹평을 들었지만, 큰 상을 받았다. 그의 수상은 '칸의 편애'를 받았다는 비판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도 자비에 돌란 못지 않게 칸의 사랑을 받는 감독이며, 여러 번 초청됐다. 아직까지 경쟁 부문 수상에는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제는 홍상수에게 상을 줄 때도 되지 않았나?'라는 주장에 시간이 갈수록 힘을 실리고 있다.
이번 영화 '그 후'가 유독 유럽권에서의 평가가 좋다는 점도 홍상수의 수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근거 중 하나다. 공식 상영회 직후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해 영미권 매체들은 "소주의 50가지 그림자" 등 독특한 표현까지 써가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리베라시옹과 같은 유럽 매체들은 전반적으로 높은 평점을 주며 홍상수 영화에 대한 선호 성향을 보였다.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장은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으로 그 역시 유럽 취향에 가까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연 홍상수 감독은 '그 후'로 칸 영화제에서 첫 수상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의 수상에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