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41) 씨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 인사를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먼저 인사를 건네자 "네..."라는 짧은 말을 하며 수줍게 웃었다.
자신의 매니저가 사람들과 둘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울 때도 유진 박 씨는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전자 바이올린'을 잡고 무대에 서자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쳤고 열정적이었다.
지난 23일 서울 낙원동 재즈클럽 '천년동안도'에서 유진 박 씨 공연이 열렸다. 스타 음악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다 인생의 아픔을 겪은 유진 박 씨가 오랜만에 오른 무대였다.
유진 박 씨는 공연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 전기 바이올린 더 열심히 하려고요"라고 말하며 재기를 꿈꾸고 있었다. 페이스북 라이브로 인터뷰를 시청한 위키트리 독자들도 그에게 아낌 없는 응원을 보냈다.
독자 여러 명이 "꽃길만 걸어요"라는 댓글을 달자 한국어가 서툰 유진 박 씨는 잠시 어리둥절해 했다. 김상철 매니저가 "좋은 일만 있으라고"라며 알려주자 유진 박 씨는 그제야 "감사합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날 페이스북 라이브로 활동을 재개한 유진 박 씨를 응원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100여 건 달린 댓글 내용 대부분이 그랬다. 최근 방송된 KBS '인간극장'을 보고 가슴 아팠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상철 매니저는 유진 박 씨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다. 유진 박 씨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세상을 떠났다. 김 매니저는 그런 유진 박 씨를 위해 음악적인 부분부터 생활적인 부분까지 '가족처럼' 챙기고 있다.
김상철 매니저는 '유진 박의 첫 매니저'로 2년 전 약 15년 만에 재회했다. 유진 박 씨 전성기를 함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김 매니저는 2013년 '부산 곱창집 연주' 동영상을 본 뒤 가슴이 아파 유진 박 씨를 다시 만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유진 박 씨는 남루한 행색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해 안타까움을 줬다.
김상철 매니저는 "유진이를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된 사건"이라며 "2013년 곱창집 연주를 우연하게 봤는데 너무 속상했어요. 큰 무대에 서게 만들었고 그렇게 활동했던 친구인데... 허름한 모습에 너무 충격받고 속상해 미국에 있던 유진 박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이후 유진이 매니저를 다시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유진 박 씨는 이날 재즈클럽 '천년동안도'에서 전성기 때 못지 않은 연주실력을 보여줬다. 그는 워터 멜론 맨(Water melon man), 인 더 무드(In the mood), 올 오브 미(All of me) 등 대중적인 재즈곡을 연주했다.
유진 박 씨 재즈 공연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이다.
* 영상 촬영 : 김수진·이예나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