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의전 차량이 급히 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에 먼저 지나가도록 길을 양보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8일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난 후 국립5·18민주묘지를 빠져 나가던 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과 경호 차량은 도로에 급히 섰다. 119 구급차가 다급히 달려오는 것을 본 까닭이었다.
문 대통령이 탄 차량과, 경호차량, 의전차량 등 11대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기다렸다. 구급차는 경호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문 대통령이 탄 차량과 경호차량을 추월해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이 구급차 안에는 5·18 기념식을 마치고 갑자기 쓰러진 50대 남성 A씨가 타고 있었다. A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연행돼 고문을 받고 풀려난 뒤 37년 간 외상후스트레스장애(트라우마)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인들은 A씨가 그때의 기억 때문에 5·18과 관련된 장소에 가거나 장면을 목격하면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곤 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A씨는 갑자기 숨을 제대로 못 쉬는 증상으로 쓰러졌고,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119 구조대의 응급처치를 받으며 구급차에 올랐다.
당시 현장에는 문 대통령을 배웅하려고 몰린 시민들로 인해 구급차가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A씨는 경호원들이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운 덕분에 무사히 병원에 도착했다. A씨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구급대원은 "특별히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다. 구급차를 본 경호원들이 가장 먼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말로만 듣던 열린 경호를 직접 경험한 순간이었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구급대원은 "대통령과 경호원들이 보여준 모세의 기적"이라며 "국민들도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