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가 안돼요..." 성기능 장애로 고통받는 청소년들

2017-05-11 16:50

셔터스톡 "아재 서요?"인터넷에서 아저씨 놀릴 때 흔히 등장하는 표현이다. "나이가 꽤 많

셔터스톡

"아재 서요?"

인터넷에서 아저씨 놀릴 때 흔히 등장하는 표현이다.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데 발기는 잘 되느냐?"는 의미다. 이 짓궂은 표현엔 발기부전은 나이 든 사람만 겪는다는 전제가 담겨 있다.

하지만 최근엔 발기 부전, 지루, 조루 같은 성기능 장애를 겪는 10대 청소년들도 늘고 있다. 다만 "청소년이 무슨 성기능 문제냐"라는 편견 때문에 이들 어려움이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조기 치료도 안 돼 증상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하 연합뉴스

고등학교 2학년 A 군은 몇달 전 여자친구와 처음 성관계를 맺으려 했다. 관계 전 피임 지식을 숙지했다. 성관계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도 여자친구와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

당일날 긴장된 마음으로 관계를 시도한 A 군은 당황했다. 발기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건강했던 A 군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허둥댔다. 결국 그날 관계를 맺지 못했다.

발기부전은 그 후로도 몇 달 동안 지속했다. 혼자 자극적인 영상을 볼 땐 문제 없는데, 성관계를 맺으려고만 하면 발기하지 못했다. 내향적인 성격인 A 군은 누구에게도 이 문제를 털어놓지 못했다. "내가 성불구인가?"라는 생각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A 군은 조금씩 모아온 용돈을 들고 비뇨기과를 찾았다. 당연히 부모님, 친구들에게는 비밀이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5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성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첫 경험 나이'는 평균 만 13.2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같은 조사에서 첫 성 경험 연령이 13.8세였던 것과 비교해 5년 새 0.6살 더 어려졌다. 청소년의 '성 생활'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인 셈이다.

이중 얼마나 많은 청소년이 성기능 장애를 겪고 있을까. 국내에선 청소년 대상으로 성기능 장애 발생률을 조사한 선례가 없어 정확한 수치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외국 통계는 있다. 지난해 글래스고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영국 16~21세 남성 약 10%가 발기 부전, 성욕 감퇴 등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도 꽤 많은 청소년들이 성기능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대구에서 비뇨기과를 운영하는 이영진 전문의는 "과거 발기 부전은 10대와는 상관없는 질환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10대 청소년기 발기 부전은 40대 이상 중장년층 못지않게 흔한 질환"이라며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이 성기능 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엄정규(19) 군은 "한 친구가 발기가 잘 안 된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나도 관련 지식이 전혀 없어 '인터넷 찾아봐'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엄 군은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은 대부분 피임 중심이라 다양한 성 지식을 얻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청소년의 성 생활'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고민이 있어도 속으로 삭이거나 또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성교육 전문가 노미경 강사는 "성기능 장애에 대해 상담하는 학생은 아주 적다"면서 "청소년 성기능 장애에 관한 실태 조사가 거의 안 돼 있어 얼마나 많은 학생이 고통받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했다. 고등학생 엄 군은 "발기가 안된다는 친구에게 어른들에게 상담해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혼이 날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영진 전문의는 "청소년이 무슨 성관계냐는 사회적 금기를 우선 깨야 수면 아래서 벌어지는 각종 성 관련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기능 장애로 내원한 10대 환자에게 물어봤더니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끄러워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자신의 성 기능 장애를 자유로이 털어놓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청소년 성기능 장애는 90% 정도가 '심인성 증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과도한 긴장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심리적 문제라는 의미다. 요새는 포르노 영상 중독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인만 제대로 짚어주면 보통 금방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전문의는 "심리적 위안을 주는 상담으로도 자연스럽게 치료된 경우가 있었다"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상담치료와 약 처방을 병행해 치료하는데, 대부분 손쉽게 치료가 가능했다"고 했다.

잘못된 온라인 정보로 자가치료를 시도하다가 오히려 성기능 장애를 악화하는 사례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아래는 실제 상담 사례 중 일부다.

1. 조루증을 막기 위해 칫솔로 귀두 문지르기

->조루증이 치료되기는커녕 귀두부 염증으로 병원에서 염증 치료는 받았다.

2. 콘돔을 여러 장 끼고 성관계하기

->사정 시간이 조금 늦춰질 수 있지만 성감도 함께 사라져 버린다.

3. 커피에 소금을 타서 하루에 3잔 이상 마시기

->커피와 소금은 조루증과 전혀 상관없다. 커피에 의한 배뇨촉진 효과는 성행위에 방해요인이다.

4. 소변이 마려운 상태에서 성관계 맺기

-> 배뇨기가 있는 상태에서의 성관계는 당사자들 모두에게 불편함을 유발한다. 사정이 될 때 소변이 방출되는 문제가 아울러 발생할 수 있다.

home 장순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