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창시자가 '수능 폐지' 주장하는 이유

2017-04-04 12:20

이하 SBS 'SBS스페셜' 수능을 처음 도입한 교수가 현재 수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하 SBS 'SBS스페셜'

수능을 처음 도입한 교수가 현재 수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2일 'SBS 스페셜-대2병 학교를 묻다'에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학생 이동헌(22)씨는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박도순 명예교수를 찾아갔다. 교수는 한국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처음 도입한 장본인이다.

이 씨는 "수능 당일날 성적을 비관하면서 자살하는 학생도 매년 발생하고... 학생들이 수능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냐"며 평소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박 교수가 "자네가 금년도에 수능을 보면 만점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하자 이 씨는 웃으며 "(만점 받을 수) 없다"고 답했다.

박 교수는 "왜 없냐. 그게 암기가 포함돼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는 "계속 공부를 했다가 시험 보고 나면 잊어버리더라"며 "암기를 좀 없애는 방법이 뭐 없겠느냐 해서 반영을 한 게 실제로 수능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런데 지금 수능을 보면 원래 의도랑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물었다. 박 교수는 인정하며 수능이 변질된 이유가 '교과 이기주의'라고 했다.

그는 "과학이 안 들어가면 과학교육이 안 되고 수학이 안 들어가면 수학교육이 안 되고... 이런 것들 때문에 모든 영역을 다 수능에 넣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자기 고유의 영역을 넣으려고 하니까 (수능이) 특정 교과목 시험으로 변질돼 버렸다"고 했다.

원래 수능은 언어와 수리 등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기초 소양을 측정하려는 것이었으나 타 교과에서 반발이 나왔다.

박 교수는 "(수능이) 자격시험 비슷한 정도로만 쓰면 딱 좋을거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평가원장 할 적에는 수능을 굉장히 쉽게 냈다"고 했다. 그는 "(쉽게 냈더니) 수능에서 전국적으로 (성적) 구별이 잘 안 되면 문제가 된다며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요즘 수능은) 일등서부터 꼴찌까지 쫙 서열화되지 않냐"며 "그렇게까지 경쟁을 심화시키니까 그리고 학교 서열이 공고하게 돼 있으니까 죽는 사람도 생기고 가장 중요한 학생 스스로의 자존감이 깨져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만약 정 그게 안 바뀐다면 차라리 (수능을) 다 없애는 게 낫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고등학교는 고등학교대로 가르치고 싶은 것을 해놓으면 대학에서 나름대로 무슨 방법을 쓰든 각자 알아서 뽑아가면 된다. 결혼 상대자를 요할 때 시험을 보진 않을 것 아니냐"며 대학이 수능에 의존하기 보단 자체적인 학생 선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