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당시 남한으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근황이 공개됐다.
김유각(당시 상병·86) 씨는 1950년 8월 21일 정봉욱 중좌(중위)와 북한군 작전지도를 들고 국군에 귀순했다. 당시 국군은 북한군 수세에 밀려 패전 위기에 빠진 상황이었다. 국군은 김 씨와 정 중좌가 빼내온 작전지도를 토대로 국군 최남측 방어선이었던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김 씨는 16일 MBN에 "20여 년 전 이곳 장성 산골마을에 터를 잡았다"면서 "하지만 북한의 보복이 두려워 늘 숨어지내야 했다"고 말했다.
한국 전쟁의 '숨은 영웅'인 김 씨는 귀순 뒤 비참한 삶을 전전했다.
국군에 재입대해 상사까지 지냈지만, 한국 전쟁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다. 북한군 보복이 두려워 평생 숨어살다시피 했다. 무엇보다 북한에 남겨둔 가족이 처형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김 씨는 "(가족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나 때문에 (북에 남겨진 가족) 전부가 총살도 아니고, 묶어서 기름 붓고 태워 죽였다. 얼마나 고통받으며 돌아가셨겠냐"며 "죽어서라도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재 전남 장성의 한 산골 마을에 있는 컨테이너 집에서 홀로 지낸다. 그는 뒤늦게라도 한국전쟁에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합당한 예우'를 바라고 있다.
9일 글로벌뉴스통신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월 육군 본부에 한국전쟁 관련 공적신청서를 제출하고 오는 5월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김 씨는 "대한민국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대한민국을 살리는 데 공을 세운 업적을 인정받고, 합당한 예우를 받아야 한다"며 "일가족이 몰살되는 아픔을 겪었다. 생전에 국가로부터 전쟁 공적을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매체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