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에게 특화된 방식으로 사는 게 중요하죠" 아티스트 젤리 장 인터뷰

2017-01-05 14:40

위키트리 젤리 장(Jelly Jang·27·장종원)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공 문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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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 장(Jelly Jang·27·장종원)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공 문제를 도구를 만들어 해결하는 공공소통아티스트다. 그는 베개, 스티커, 거울, 공, 깃발 등 일상적 물건을 활용해 퍼포먼스 및 설치 작업을 한다.

지난해 8월 11일 젤리 장은 잠옷 차림으로 베개를 들고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 공원에 나타났다. 당시 연남동 경의선숲길 공원은 고성방가와 거리공연으로 시끄러웠다. 인파를 헤집고 공원에 들어간 그는 들고 있던 베개를 경의선숲길 공원 나무 이곳저곳에 매달았다. 베개에는 "I want to fall asleep(나는 잠을 자고 싶어요)"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람들은 잠시 고성방가를 멈추고 베개를 바라봤다.

젤리 장 제공

젤리 장이 선보인 베개 퍼포먼스는 순식간에 SNS를 타고 알려졌다. 단지 일상적인 물건을 활용했을 뿐이지만, 그간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봐온 '정숙' 등 딱딱한 문구와 다르게 편안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젤리 장은 평소 무엇에서 영감을 받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작업할까.

젤리 장을 서촌에 있는 공동 작업실 근처에서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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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스스로 '공공소통아티스트'라고 표현한다. 다소 생소한 명칭이다.

A :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공공 문제는 잘못된 정보나 서로 간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공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 간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층간 소음 같은 경우도, 아이가 있는 집에서 먼저 아랫집에 내려가 인사를 시키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 공공'소통'아티스트라 정의한다. 내 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마음을 열며 공공 문제 해결에 다가가면 좋겠다.

젤리 장 소통 도구 / 젤리 장 페이스북

Q : '연남동 숲길 베개 설치 퍼포먼스'로 유명해졌다.

A : 연남동 경의선숲길 공원은 '연트럴파크'라 불릴 만큼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과거보다 상권도 살아나고 동네가 유명해졌지만, 주민들은 갑작스레 몰려든 인파로 소음에 시달린다. 주민들 처지에선 동네에 놀러 오는 사람 하나하나에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할 수 없다 보니 관공서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관공서에서 할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나는 베개를 활용해 "여기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 베개는 우리 일상에서 꼭 필요한 물건이다. 베개에 "I want to fall asleep(나는 잠을 자고 싶어요)"이라는 문구를 적어 연남동 경의선숲길 공원 나무 여기저기에 매달았다.

Q : 베개 설치 작업은 "조용히 하세요"라는 강압적인 경고문과 다르게 읽는 사람에게 공감을 끌어낸 듯하다.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나.

A : 한 언론에서 연남동 경의선숲길 베개 퍼포먼스를 보도한 적 있다. 당시 보도는 이 퍼포먼스가 소음을 많이 줄였다고 했는데, 나는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퍼포먼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소음이 줄어든 건 맞다. 하지만 이건 매번 지속할 수 있는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한참 후 데시벨을 다시 측정했더니 소음은 그대로였다.

물론 보람도 느낀다. 관공서에 따르면 실제 소음이 물리적으로 줄어들진 않았으나, 소음 관련 민원은 많이 줄어들었다. 나는 그것을 동네 주민과 관광객 간 오해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베개'라는 일상적 물건이 서로를 이해하게 해주는 수단이 됐다는 말이다. 이처럼 관계 개선이나 소통을 위한 노력 하나하나가 공공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이 될 수 있다.

Q : 픽토그램이나 스티커를 활용한 작업도 많이 한다고 들었다.

A : 1년째 픽토그램을 활용해 '스마트폰 보며 걷지 마세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우리는 지하철역에서 '걷거나 뛰지 마세요' 표지판을 흔히 본다. 하지만 표지판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그냥 걷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다. 그래서 보행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중국에서는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다 맨홀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나는 비밀 크루와 기존 '걷거나 뛰지 마세요' 표지판 위에 '스마트폰을 보면서'라는 문구와 스마트폰 픽토그램을 덧붙이는 작업을 했다.

젤리 장 제공

기존 공공 시설물에 간단한 픽토그램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다. 비슷한 선상에서 '이모지(Emoji)'를 활용한 교통 안전 캠페인도 하고 있다.

Q : 이모지를 활용한 작업을 소개해달라.

A : 2015년 옥스퍼드 사전은 이모지를 올해 단어로 선정했다. 나는 이모지가 동시대 의사소통 방식을 많이 바꾸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많은 감정을 글자 대신 이모지로 대체한다.

시대 변화에 맞추어, 나는 이모지로 스토리텔링을 시도하고 있다. 얼마 전 나는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것은 교통사고를 유발하며 끝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을 가진 이모지 문장을 만들었다. 보도 곳곳에 이 작업을 설치했다. 일부 시민들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하며 즐거워했다.

젤리 장이 만든 이모지 문장.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것은 교통사고를 유발하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뜻 / 위키트리

젤리 장은 '이모지 문장'을 실제 횡단보도 앞에 설치했다. / 젤리 장 제공

Q : '젤리 장' 이름이 특이하다.

A : 젤리 장(Jelly Jang)은 내가 본보기로 삼고 있는 '캔디 창'에게 따온 예명이다. 캔디에서 '젤리'를, 창에서 '장'을 착안했다. 나는 장 씨기도 하고.

Q : 캔디 창이 누구인가?

A : 캔디 창(Candy Chang)은 카트리나 태풍 피해로 절망만이 가득했던 뉴올리언스에서 "before I die, I want to___(죽기 전에, 나는 이것을 원한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칠판과 분필을 갖다놓고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한 공공예술가다. 그는 더는 재개가 불가능해보였던 폐허를 희망이 가득한 도시로 바꿔놓았다. 그는 고급스럽거나 세련된 것을 추구하지 않았다. 대신 단순하면서도 진심 어린 도구를 선택했다.

유튜브, CBSN

Q : 젤리 장은 예술 전공자가 아니다. 언제부터 예술가를 꿈꿨나.

A : 나는 예술학교나 예술 전공 정식 교육을 받은 적 없다. 그러나 대학 때 PR을 배웠다. PR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법에 대해 많이 연구했다. 그때 했던 훈련은 대중과 호흡하는 내 작업 방식과 맞아떨어진다. 나는 나를 정통 예술가라기보다는 동시대에 걸맞는 창작자라고 느낀다.

대학 다닐 때 문화마케팅 동아리 운영진이었다. 그때 동아리 커리큘럼에 '자기 PR'을 넣었다. 30명 남짓한 동아리원들이 돌아가며 4~5분씩 자유롭게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생들이 마케팅 동아리 들어서 하는 활동 보면 대개 비슷하다. 대기업 광고를 분석하고, 대기업이 주최하는 공모전에 나가고, 그들이 설계한 고객관리 시스템을 참조한다. 그것도 의미가 없진 않지만, 나는 우리가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 대기업에 귀속돼 끝나는 아이디어 말고.

사실 나도 공모전에 많이 나갔다. 나는 학부 때 공모전 20개에 나가 딱 1개만 당선됐다. 19개 떨어졌다는 말이다. 물론 난 떨어진 다음에도 낙담하진 않았다. 내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보니 나 스스로 나를 피력할 방식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광장(open space)에서 작업하는 지금 방식이 좋다. 여기선 아무도 나를 간섭하지 않는다.

Q : 젤리 장 예명으로 활동한 지 딱 1년이다. 그 전에 했던 작업도 있나.

A : 대학 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 하는 수요집회에서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퍼포먼스를 한 적 있다. 나는 얼굴에 사과를 달고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1898~1967)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패러디한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나는 자꾸만 "사과했다"고 말하며 문제를 회피하는 일본을 보며, 그들 태도를 내 식대로 해석하고 싶었다. 당시 많은 기자가 사진을 찍어갔는데, 나는 많은 사람이 내 퍼포먼스를 보며 이곳을 '광장'인 동시에 '미술관'으로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광장과 미술관, 두 곳 영역이 불분명한 시대다. 예술, 예술 공간, 예술가라는 개념은 딱 떨어지게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용기를 가진 시민들이 자신을 매체 삼아 퍼포먼스에 도전하는 1인 미디어 시대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 된다. 그게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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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차기 작업 계획은 있나.

A : 반려동물 목줄에 관한 퍼포먼스다. 공원이나 산책로에 반려동물을 데려오며 목줄을 하지 않거나 목줄을 지나치게 길게 빼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공원에는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 공원은 열린 공간이니, 서로 조금씩 배려해야 한다. 그런데 배려는 강압적 규제보다는 서로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 거기서 출발해 개 주인, 반려동물, 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퍼포먼스를 할 것이다. 특히 나는 "반려동물 목줄은 한걸음 반"이라는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전달하고 싶다.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연남동에서 했던 베개 퍼포먼스처럼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내는 방식이 될 듯하다.

하나 더. 나는 엄청난 길치다. 지도를 잘 못 보고, 찾아오는데도 두 시간은 걸린다. 요즘 치매 노인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나는 나이가 젊은데도 공감했다. 스마트폰이 발달한 시대지만, 길치들은 스마트폰 지도를 봐도 어려움을 겪는다. 길치를 위한 퍼포먼스도 준비 중이다.

Q : 길치라고 했는데, 바로 그런 일상 속 불편함이나 결핍이 오히려 공공소통예술을 꿈꾸는 젤리 장에게 아이디어 원천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평소 아이디어를 어떻게 정리하는가?

A : 나는 아이디어를 거리에서 얻고, 책상에서 정리한다. 내 책상은 아주 어지럽다. 보통 책상을 잘 정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 책상은 정리가 안 돼 있다. 다른 사람 보기에는 지저분하겠지만, 나름대로 체계가 있다. 나는 책을 세로로 꽂지 않고 쌓아둔다. 내가 읽은 순서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노트북을 두는 공간을 제외하고 모든 곳이 어지럽지만 어질러진 모양을 관찰하면 내가 물건을 쌓아둔 순서를 알 수 있다. 나는 볼펜을 두는 방향과 종이를 두는 방향이 다르다. 이렇게 자기에게 특화된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젤리 장 제공

Q : 위키트리 독자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작업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이 인터뷰를 읽고 내 SNS에 댓글을 달면,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거나 뛰지 마세요' 캠페인 스티커를 보내주겠다. 내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걸 붙일 수 없으니, 뜻이 맞는 사람끼리 함께 하자는 취지다.

젤리 장 SNS 주소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ongwon.jang.315

인스타그램 @artist_jelly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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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