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0)씨를 수사하는 검찰이 10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우 전 수석이 '국정농단' 의혹을 눈감은 것으로 의심할만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우 전 수석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에 검사 2명과 수사관 등 총 8명을 보내 그와 부인의 휴대전화 각 1대씩을 포함해 2상자 분량의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전날 밤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에 청구해 이날 오전 발부받았다. 영장 발부 직후 정오께부터 오후 3시 20분께까지 압수수색에 나섰다.
우 전 수석의 강남 아파트는 그의 가족회사를 통한 횡령 혐의와 아들의 의무경찰 보직 특혜 등을 수사하던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도 건드리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그가 사용한 휴대전화 역시 한 번도 수사 대상이 된 적이 없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우 전 수석은 막강한 권한으로 박근혜 대통령 측근의 비위 감독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정작 박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씨가 국정에 개입한 정황은 눈감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히 그가 이끌던 민정수석실에서 최씨가 미르·K스포츠 재단 등을 통해 대기업을 상대로 거액을 강제 모금한다는 비위 첩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이 제대로 일을 했다면 최씨의 국정 농단도 가능할 수 없었던 셈이다.
또 롯데그룹이 지난 5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강제 기부' 당했다가 검찰이 그룹 압수수색을 하기 직전 돌려받은 점도 우 수석이 공무상 비밀인 검찰 수사 정보를 유출해 벌어진 일이 아니냐는 의심을 부른다.
특별수사본부는 우 전 수석 부부의 휴대전화에서 통화 기록과 문자 메시지 등을 분석해 최씨의 대기업 강제모금·대통령 연설문 유출 행위 당시 우 수석의 통신 내용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확보한 직무유기 정황 자료와도 맞춰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씨의 각종 비리가 아무런 제재 없이 가능했던 이유가 밝혀질 전망이다.
또 필요에 따라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확보한 최씨의 비위 관련 자료를 청와대에 요구하는 방안, 수사 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검찰 조직 내부를 상대로 한 조사 가능성 등도 다양하게 거론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이 검찰 수사에 따른 압수수색에 대비해 휴대전화를 교체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민정수석 업무의 특성상 민감한 내용을 전화 통화로 처리하거나 논의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어 검찰 수사를 통해 어디까지 확인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