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거장' 안도 다다오(安藤 忠雄·75)가 직접 만든 작품 55점이 서울에 온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1887~1965) 전시를 위해서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 4평의 기적'이 오는 12월 6일부터 2017년 3월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층에서 열린다.
르 코르뷔지에 재단이 공식 주최한 국내 최초 르 코르뷔지에 전시다. 특히 최근 그의 건축물 17개가 동시에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됨을 기념해 역대 최대 규모의 특별전 형태를 띈다.
안도 다다오는 자신이 존경하던 거장의 특별전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만든 작품 55점을 서울에 보내기로 했다. 르 코르뷔지에 건축 모형 50점과 드로잉 5점의 사진 그리고 에세이까지 포함됐다.
그는 "콘크리트 건축물이 한꺼번에 동시에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것은 건축이 기능을 넘어 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나타낸다"며 "전 세계인이 깊이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감회를 전했다.
안도 다다오
건축가. 1941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건축을 독학으로 공부해 1969년데 안도 다다오 건축연구소를 설립했다. 예일대학, 콜롬비아 대학, 하버드 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하고 1997년 11월부터 동경 대학 교수로 있다. 일본건축가상을 받은 이래 프랑스 건축아카데미대상(1989), 일본예술원상(1993), 프리츠커 상(1995), 다카마쓰노미야기념세계문화상(1996), 영국왕립건축가협회상 로열골드메달(1997) 등을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다.
안도 다다오가 르 코르뷔지에를 '정신적 스승'이라 하며 존경해왔다는 건 유명하다. 복서였던 안도 다다오가 건축가를 평생의 업으로 선택한 데에도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이 있었다.
아! 이순간을 얼마나 꿈꿔왔던가. 지난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무심코 헌책방을 지나치던 순간 망막을 파고 들어오던 한 권의 책. 내가 여태까지 맞아본 그 어떤 강펀치도 그렇게 충격적이지 못했다. 난 어쩌면 프로복서로 성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책을 손에 잡은 뒤로는 난 도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르 코르뷔지에처럼 한 사람의 인생에 이런 걸 남길 수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평생을 바쳐서 해야 할 일을 찾은 것 같았다.
- 안도 다다오, 르 코르뷔지에 대표작 '롱샹성당'을 보고 쓴 글 중
23살 청년 안도 다다오는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으로 프랑스 파리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이 계기였다. 그는 그 책을 살 돈이 없어 날마다 헌책방에 들러 책을 봤다고 회상했다. 누군가 그 책을 사갈까봐 책을 책더미 밑에 숨기길 반복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 비를 모아 마침내 손에 넣은 작품집에서 그는 '젊은 날의 여행은 깊은 의의를 갖는다'는 구절을 발견했다. 이 구절이 지금의 거장 안도 다다오를 만든 셈이다.
복서 시절 안도 다다오
안도 다다오가 르 코르뷔지에를 특별히 존경한 데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그 역시 건축과 관련한 정규 학교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도 다다오는 '그의 그런 삶은 나에게 용기를 북돋우었고, 내 멋대로 그에게 대단한 친밀감을 품었다'고 에세이에 적었다.
청년 안도 다다오는 건축가가 되기 위해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을 그리고, 살피고, 이해하고자 애썼다. 그것만이 건축가가 되기 위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하 안도 다다오가 그린 '롱샹성당'
그렇게 훈련한 안도 다다오는 르 코르뷔지에를 잇는 혁신적인 건축가로 성장했다.
안도 다다오는 르 코르뷔지에를 '서양건축사에 혁명적인 사건을 만든 사람'이라 평가했다. 도미노 시스템으로 벽을 건축 구조에서 완전히 독립시킨 게 르 코르뷔지에이기 때문이다.
안도 다다오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는 기성 체제와 싸우며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그는 나에게 동경을 넘어선 존재'라고 했다.
안도 다다오의 작품 55점은 르 코르뷔지에 서울 특별전 한 켠에 마련된다.
전시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 4평의 기적' 사전 예매는 11월 1일부터 12월 5일까지 인터파크와 티몬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