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1887~1965)는 어떤 집에 살았을까.
르 코르뷔지에가 직접 짓고, 거주했던 집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올 12월 6일부터 2017년 3월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층에서 열리는 르 코르뷔지에 전시에 그의 '오두막(Cabanon)'이 들어선다.
이번 전시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 4평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기획됐다. '4평의 기적'이라는 부제가 지칭하는 것은 바로 이 '오두막'이다. 이 건축은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건축물 100개'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오두막은 프랑스 로크브륀 카프마르탱 해안에 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1951년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 집을 만들었다. 부부는 이 오두막을 '카프마르탱에 있는 나의 궁전'이라고 불렀다.
'궁전'치고는 크기가 매우 작다. 오두막 크기는 16㎡(약 4평)다. '원룸' 중에서도 작은 '원룸'과 엇비슷한 크기다. 거장은 이 오두막으로 자신의 철학을 보여주고자 했다. '인간에게 필요한 공간은 4평이면 충분하다'는 메시지다.
오두막은 르 코르뷔지에가 직접 디자인한 침대 2개, 붙박이 옷장, 선반, 책상, 의자로 채워졌다. 자그마한 화장실도 있다. 천장은 약 2.26m로 높지 않다.
손 닿으면 천장이 닿고, 발 뻗으면 벽이 닿는 작은 집이지만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입을 모아 "의외로 쾌적하고 편안하다"며 감탄한다. 비밀은 르 코르뷔지에가 창안한 '모듈러(Modulor)'에 있다.
그가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모듈러도 그중 하나다. 르 코르뷔지에는 표준적인 신체비에 황금비례법칙을 적용해 모듈러를 개발했다. 사람이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는 표준 수치다. 모듈러는 그의 건축에 활용됐다. 오두막도 마찬가지다. 4평짜리 오두막에는 서민을 위해 작지만 편안하고 행복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거장의 꿈이 담겼다.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이 모듈러를 "세상을 바꿀만한 엄청난 연구"라고 평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생의 마지막을 오두막에서 보냈다. 4평짜리 오두막은 그에게 침실이자 서재, 작업실이 되었다. 건축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거장은 훗날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그려냈다. 크고 넓은 공간이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는 통념을 시원하게 빗겨간 셈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생전에 "건축은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런 신념은 그가 현대식 아파트(대규모 공동주택·유니테 다비타시옹) 개념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쟁과 산업혁명으로 인구 문제를 앓던 세계 여러 도시는 그의 혁신 덕분에 '현대식 도시'로 나아갈 수 있었다.
올 12월 시작될 국내 최초 르 코르뷔지에 전시는 '특별전' 성격을 띤다. 르 코르뷔지에 재단이 '사상 초유의 결단'이라며, 역대 최대 규모로 전시를 준비했다. 지난 7월 세계 7개국에 흩어진 그의 건축물 17개가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된 것이 계기가 됐다.
전시장에 마련될 오두막도 '특별전'을 장식할 핵심 작품이다.
전시 주관사 코바나 컨텐츠 측은 "프랑스에 있는 오두막은 어떤 건축가도 똑같이 재현할 수 없다. 모듈러에 기반해 아주 정교하게 만든 건축물이기 때문"이라며 "전시장에 세워질 오두막은 프랑스에 있는 원작 외에 세계에 하나뿐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 4평의 기적'은 오는 11월 1일 사전 예매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