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봐야할 건축 100에 꼽힌 '4평 오두막', 서울 상륙

2016-10-27 15:30

오두막(Cabanon). 1951. / 이하 르 코르뷔지에 재단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오두막(Cabanon). 1951. / 이하 르 코르뷔지에 재단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1887~1965)는 어떤 집에 살았을까.

르 코르뷔지에가 직접 짓고, 거주했던 집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올 12월 6일부터 2017년 3월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층에서 열리는 르 코르뷔지에 전시에 그의 '오두막(Cabanon)'이 들어선다.

이번 전시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 4평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기획됐다. '4평의 기적'이라는 부제가 지칭하는 것은 바로 이 '오두막'이다. 이 건축은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건축물 100개'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오두막은 프랑스 로크브륀 카프마르탱 해안에 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1951년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 집을 만들었다. 부부는 이 오두막을 '카프마르탱에 있는 나의 궁전'이라고 불렀다.

오두막 내부 모습

'궁전'치고는 크기가 매우 작다. 오두막 크기는 16㎡(약 4평)다. '원룸' 중에서도 작은 '원룸'과 엇비슷한 크기다. 거장은 이 오두막으로 자신의 철학을 보여주고자 했다. '인간에게 필요한 공간은 4평이면 충분하다'는 메시지다.

오두막은 르 코르뷔지에가 직접 디자인한 침대 2개, 붙박이 옷장, 선반, 책상, 의자로 채워졌다. 자그마한 화장실도 있다. 천장은 약 2.26m로 높지 않다.

손 닿으면 천장이 닿고, 발 뻗으면 벽이 닿는 작은 집이지만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입을 모아 "의외로 쾌적하고 편안하다"며 감탄한다. 비밀은 르 코르뷔지에가 창안한 '모듈러(Modulor)'에 있다.

모듈러

그가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모듈러도 그중 하나다. 르 코르뷔지에는 표준적인 신체비에 황금비례법칙을 적용해 모듈러를 개발했다. 사람이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는 표준 수치다. 모듈러는 그의 건축에 활용됐다. 오두막도 마찬가지다. 4평짜리 오두막에는 서민을 위해 작지만 편안하고 행복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거장의 꿈이 담겼다.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이 모듈러를 "세상을 바꿀만한 엄청난 연구"라고 평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생의 마지막을 오두막에서 보냈다. 4평짜리 오두막은 그에게 침실이자 서재, 작업실이 되었다. 건축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거장은 훗날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그려냈다. 크고 넓은 공간이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는 통념을 시원하게 빗겨간 셈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생전에 "건축은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런 신념은 그가 현대식 아파트(대규모 공동주택·유니테 다비타시옹) 개념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쟁과 산업혁명으로 인구 문제를 앓던 세계 여러 도시는 그의 혁신 덕분에 '현대식 도시'로 나아갈 수 있었다.

올 12월 시작될 국내 최초 르 코르뷔지에 전시는 '특별전' 성격을 띤다. 르 코르뷔지에 재단이 '사상 초유의 결단'이라며, 역대 최대 규모로 전시를 준비했다. 지난 7월 세계 7개국에 흩어진 그의 건축물 17개가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된 것이 계기가 됐다.

'유네스코 동시 등재' 한 건축가가 지은 건물 17개 사진
전시장에 마련될 오두막도 '특별전'을 장식할 핵심 작품이다.

전시 주관사 코바나 컨텐츠 측은 "프랑스에 있는 오두막은 어떤 건축가도 똑같이 재현할 수 없다. 모듈러에 기반해 아주 정교하게 만든 건축물이기 때문"이라며 "전시장에 세워질 오두막은 프랑스에 있는 원작 외에 세계에 하나뿐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 4평의 기적'은 오는 11월 1일 사전 예매를 시작한다.

home 이아리따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