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인생에서 한 번 밖에 못 쓴다는 얘기를 이번 앨범 '2 MANY HOMES 4 1 KID'에 적었다"
래퍼 저스디스(26)가 지난 14일 새 앨범 '2 MANY HOMES 4 1 KID'를 발표했다.
이 앨범을 놓고 온라인 힙합 커뮤니티가 들썩거렸다. 저스디스를 기다려온 힙합 음악 팬들은 "올해의 명반이다", "아티스트 그 이상", "공격적이고 가사가 거칠지만 깊이가 있다", "수록곡 X새끼는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등 다양한 의견을 냈다.
지난달 30일 서울 혜화동 한 카페에서 저스디스를 만났다.
지난달 30일 서울 혜화동 카페에서 만난 저스디스 / 위키트리
데뷔 6년 차,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나요?
"학창시절에는 음악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보통 사람만큼만 관심이 있었다. 원래는 그림을 그렸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까지도 입시 미술을 했다. 그러다가 번개 맞은 것처럼 갑자기 생각을 깊게 하게 됐다. 미술을 하면 어떤 직업을 가질지 크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그 모습을 진짜 원하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
입시를 앞두고 막판에 음악 학원에 가게 됐다. 랩을 하라고 권유받았고 그때 국제예술대학 힙합 전공으로 입학했다"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국제예술대학에 들어갔을 때 가리온 나찰 선생님이 교수로 계셨다. 블랙 스타(Black Star)란 듀오가 부른 노래를 틀어주셨다. 블랙 스타 가사가 엄청 시적이다. 그걸 보고 반해서 음악을 하게 됐다."
음악 인생에 전환점이 된 일이 있었나요?
"지난 2014년에 나온 믹스테이프 'Money Vs. Love: Dream (MVLD)'가 온라인 힙합 사이트 '힙합 플레이야'에서 올해의 믹스테이프 1등을 했다. 그때부터 저에 대한 관심이 대중들에게 생겨났던 것 같다. 제가 뭘 냈는지 무반응에 가까웠는데... 그 순간부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팬들이 기다려왔던 앨범이 드디어 나왔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요?
"꼬박 2년이 걸려서 만든 앨범이다. 제 인생이 담겼다. 사실 20살 때 쓰고 싶었는데, 아티스트 인생에서 딱 한 번밖에 못 쓰는 얘기라고 형들이 조언해주셨다. 그 얘기를 듣고 굉장히 많이 수정하고 시간이 지나서 지금 발표하게 됐다.
제 인생 얘기가 담겨있는 앨범이다"
앨범 제목이 독특하다.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한 소년에게는 집이 너무 많은 거다. 제가 표현해 놓은 것이 1번에서 2번 집으로 갈 때는 진짜 가족 얘기를 한다. 그다음에는 친구들과 가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5번 수록곡 노원(No One)은 살았던 곳을 떠나는 얘기다.
3번째 집은 힙합이라는 집을 만난 것이고 그러다가 힙합계에 오면서 어디를 가든 똑같다는 걸 느끼고 결국 혼자 작업실(10번 트랙 'HOME.4')로 돌아온 것이다. 제가 짜놓은 맥락은 그렇다"
앨범 수록곡 'X새끼'를 둘러싸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솔직히 얘기하면 납득이 잘 안된다. 제 과거로 돌아갔고 제가 얘기를 막 한다. 그리고 제가 저 자신에게 가사 안에서 X새끼라고 한다. 사실 그것 이상의 표현이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고 그 마무리가 오토바이 사고로 끝이 난다. 그리고 그 트랙 이후에 그 어떤 트랙에서도 제가 그 정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
저는 그런 유년기를 겪고 힙합을 통해서 구원받는 것이 어떻게 보면 앨범 중반부 내용이다. 사실 이 곡이 가사가 세고 그것에 대해서 논란이 일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 곡이 지금까지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나지 않은 게 이해가 안 간다.
'사람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보다 무슨 단어를 쓰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트랙 '저스디스(JUSTHIS)'에 대한 관심도 높다.
"제가 마지막 가사를 루이스 C.K.라는 미국 코미디언을 다루기 전에는 부정적으로 써놨었다. 막상 쓰고 나니 제가 원하던 마무리가 아니었다. 부정적인 얘기를 앨범 전반적으로 했지만 그걸 통해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느끼는 감정이 부정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 벌스를 폐기하고 다시 긍적정인 벌스를 썼다. 다시 앨범을 들어보니 화자가 계속 분노하고 씁쓸해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마지막에가서 특별한 근거 없이 긍정적이었다.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고민했다.
앨범의 중의적인 마무리를 위해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오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제가 스탠딩 코미디를 존경한다. 그중에서도 루이스 C.K.를 좋아하고 내가 이 앨범 전체를 스탠딩 코미디화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스디스 제공
노래에 유독 '엄마'가 많이 등장한다.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세상에서 산다. 제가 그 당시에 놀던 친구들도 같은 생각을 했다. 어리니깐 엄마에게 혼나고 아빠에게 혼나고 그랬다. 그 당시에 느끼던 감정들을 몰입했다.
아무래도 모든 사람이 똑같겠지만 엄마라는 존재가 영화 같은 곳에서도 그렇지만 등장만 해도 울컥하는 그런 거다. 저에게도 그런 존재다. 솔직하게 쓰다 보니깐 엄마 얘기가 나왔다."
'엄마'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악마'다. '악마'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고 싶다.
"외국 힙합의 영향이다. 외국은 많은 사람이 기독교를 믿는다. 외국 힙합에는 뱀이나 악마로 표현을 많이 한다. 더군다나 힙합은 예수나 기독교적인 얘기가 많은 장르다.
저도 그 영향을 받다보니깐 단어를 선택하게 되면 악마를 쓰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사람이 살다가 나빠지면 '악마가 했다' 저는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
앨범에 사랑 얘기가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 앨범을 만드는 동안 진짜로 연애를 안 했다. 제가 작업실 월세 내고 돈에 치여서 사니깐 그때 연애를 완전히 관뒀다.
다 만들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술 먹으면서 들려줬는데 다 같은 얘기를 했다. '너 근데 왜 사랑 얘기가 없어'라고 했다. 저도 들으면서 같은 생각을 했다."
저스디스는 왜 '쇼미더머니'에 나가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5일 기준 Mnet '쇼미더머니5' 심사위원에 매드클라운이 속해있다. 매드클라운은 저스디스와 함께 지난 2013년 커먼콜드라는 팀으로 활동했다.)
"쇼미더머니에 나갈 생각은 없다. 저는 돈을 엄청 많이 벌고 싶다는 욕구 자체가 없는 사람이다. '음악을 만드는 데 돈이 없어' 이런 거에서 약간 짜증을 느끼긴 하지만 요즘 흔히 '힙합으로 돈 벌어야해', '엄마 뭐 어떻게 해드릴 거야' 저는 그런 사람이랑 생각하는 방향 자체가 다르다"
전속 계약 요구가 들어오는 곳이 많다는 얘기가 있다. 계약 얘기가 오간 곳이 있나요?
"계속 있었다. 앨범내고도 있다. 얘기를 해보고 있는 중이다. 계약 얘기까지 갔을 때 안 맞는 게 있어서 지금까지는 안됐다.
가장 큰 점은 계약 기간에 대한 두려움이다. 말도 안 되고 너무하다는 느낌은 아니고 이유가 있는 제안이었다. 그래도 '3년, 5년'이라는 기간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다."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하는 지 궁금하다.
"저는 의식 있는(Conscious) 음악을 하고 싶다. 그리고 얼터너티브(Alternative). 본능적으로 주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저도 그런 것 같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지 알고 싶다.
"일단은 새 앨범 활동에 주력할 생각이다. 어느 정도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면 뮤직비디오를 찍을 예정이다. 무엇을 할지는 정확히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