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외전’ 폭발적인 흥행과 함께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문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검사외전’은 개봉 7일 만에 관객 544만 5020명을 동원했다. 설 연휴인 9일 하루에만 117만 4699명 관객을 끌어 모았다. 이는 개봉 9일째 5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보다 이틀이나 빠른 기록이다.
‘검사외전’ 압도적인 흥행에는 스크린 독과점이 있다. ‘검사외전’은 9일 기준으로 스크린 수 1806개를 차지했다. 지난해 최다 스크린수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1843개에 근접한 수치다.
이날 ‘검사외전’ 스크린 점유율(스크린 수 / 전체 스크린 수 * 100)은 33.9%였다. 이는 정확한 스크린 독과점 지표가 되기 어렵다. 하루 동안 스크린 1개에서 영화 4편이 교차 상영됐다면 영화 4편이 모두 스크린을 차지했다고 집계되기 때문이다.
상영 점유율(상영 횟수 / 전체 상영 횟수 * 100)은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더 명확히 보여준다. ‘검사외전’ 상영 점유율은 53.1%였다. 9일 동안 전국에 있는 상영관 절반 이상이 ‘검사외전’을 상영했다는 뜻이다. ‘쿵푸팬더3’ 상영 점유율은 25.1%였다. 두 영화 상영 점유율을 합치면 78.2%다.
덕분에 같은 시기에 개봉한 ‘로봇, 소리’, ‘캐롤’ 같은 영화는 상영관에서 찾기 어려웠다. 같은 날 ‘로봇 소리’ 상영 점유율은 3.8%, ‘캐롤’은 2.8%를 차지했다. ‘검사외전’과 비교하면 훨씬 적은 점유율이다.
‘자객 섭은낭’, ‘스티브 잡스’같은 다양성 영화는 더 열악하다. 허우 샤오시엔(侯孝賢) 감독이 지난달 26일 내한까지 했지만, ‘자객 섭은낭’의 상영 점유율은 0.9%에 불과했다.
관객이 다양성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려고 해도 다양성 영화는 대부분 하루 1회 정도 편성돼 있다. 게다가 대부분 오전과 심야시간에 집중적으로 편성돼있어 선택 폭은 더 좁다.
지난 9일 영화평론가 오동진 씨는 페이스북에 “세상에나 이건 정말 미친 짓. ‘검사외전’의 스크린 수가 1773개(8일 기준)”이라며 스크린을 독식한 ‘검사외전’을 비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을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오 씨는 “협동조합 시스템의 새로운 배급 라인과 대안의 상영 공간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