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케는 다이소 꽃으로, 축가는 신랑이 했어요"
한반도에 몰아친 최강 한파도 이 커플의 사랑을 막지 못했다. 공항에 발이 묶여 결혼식 참석이 무산되자, 김포공항 탑승 게이트에서 결혼식을 감행한 임창현(30), 김윤경(32) 씨 커플이다.
보디빌더인 창현 씨는 친구가 일하는 헬스클럽에서 트레이너 윤경 씨를 처음 만났다. 2살 연상 윤경 씨를 열심히 쫓아다닌 끝에 사귀었다. 두 사람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이 잘 통했다고 했다. 커플은 마침내 결혼하기로 했다.
커플은 친인척과 친구 30여 명만을 초대한 '스몰 웨딩'을 준비했다. 오랫동안 '제주도 결혼식'을 꿈꿔온 윤경 씨를 위해 제주도에 식장을 잡았다. 식은 23일 토요일 치러질 예정이었다.
이 즈음 엄청난 폭설과 강풍이 제주도에 몰아쳤다. 제주행 항공기 운항이 전면 취소됐다. 23일 낮 12시 비행기로 함께 떠나기로 했던 커플과 가족, 친구들은 꼼짝없이 김포공항에 발이 묶였다.
임창현 씨는 "김포공항 근처 예식장도 모두 찾아봤지만 당일날 예식을 치를 수 있는 곳은 없었다"며 "오후 3시쯤 (공항에서 결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웨딩드레스, 반지, 한복 다 있고 부모님도 계시니 문제없다는 게 두 사람 생각이었다. "장소는 상관없다. 어디서 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며 양가 부모님을 설득했다.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장소는 탑승게이트 4번 앞이었다. 음악하는 친구가 멜론 앱으로 음악을 골랐다. 사진작가 친구는 사진기를 들었다. 다른 친구는 다이소에서 꽃을 사다가 고무줄로 엮어서 부케를 만들었다. 신부 윤경 씨는 좁은 화장실에서 웨딩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마침내 결혼식이 열렸다. 결항 때문에 지쳐있던 주변 승객들도 눈을 반짝이며 결혼식을 쳐다봤다. 결혼식 전 승객들한테도 미리 양해도 구했다. 축가는 신랑이 직접 불렀다. 신랑 신부는 양가 부모님한테 꾸벅 절했다. 친구와 주변 승객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김포공항 측은 처음엔 난색을 표했다. 마이크 하나만 빌려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창현 씨는 "막상 결혼식을 하니 공항 관계자들이 사진도 찍어주고 축하 인사도 건넸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이 다들 '다시 결혼식 올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이들 부부는 이 남다른 결혼식이 만족스럽다.
창현 씨는 "공항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신부 덕분이다. 결혼식에서는 신부가 가장 중요한데 아내가 이해해줘서 고맙다"며 "(아내가) 공항 결혼식이 특별해서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고 전했다.
25일 저녁 신혼 여행지에 도착한 커플은 "방금 몰디브에 도착했어요. 이곳에서도 비가 많이 와서 리조트 안에 있어요. 댓글 보면서 즐겁게 놀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기자에게 보내왔다. 눈 때문에 공항서 결혼한 두 사람은 비 때문에 신혼 여행지에서도 리조트 안에만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무한긍정'이다. 창현 씨는 "공항에서 결혼할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 마음이 잘 통해서 그럴 수 있었던 거 같다. 이런 사람을 만나서 내가 축복받는 거 같다"고 말했다.





결혼식 수습으로 여기저기 통화하느라 바빴던 창현 씨와 윤경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