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합니다'…인문계 취준생들의 '불면증'

2016-01-09 10:05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린 2015 KU 잡페어 취업박람회에서 대학생들이 취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린 2015 KU 잡페어 취업박람회에서 대학생들이 취업게시판을 보고 있다. / 이하 뉴스1

(서울=뉴스1) 사건팀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일반인은 알아듣기 어려운 속어지만 취준생(취업준비생) 사이에는 이미 만연한 표현이다.

'문송합니다'는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줄인 말로 문과 출신은 최근 취업대란 속에서 취업이 더 어렵다는 것을 일컫는다. "잠을 자는 것조차 너무 힘들다"는 문과생들, 그들의 이야기를 뉴스1이 들어봤다.

◇"여태껏 무엇을 하며 살았나 생각에 잠자기도 힘들어", "친구도 안 만나"

대학을 졸업하고 3년째 관세사 시험 준비를 하는 김모(29)씨는 "요즘 잠을 자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침대에 누워 '여태껏 무엇을 하며 살았나'라는 생각을 하면 잠이 싹 달아난다"면서 "결국 자는 것을 포기하고 책상 앞으로 가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는 "인문계 출신은 회사와 딱 맞는 자리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것 같다"면서 "내 인생도 게임처럼 '세이브(Save)'와 '로드(Load)'가 있었다면 전공을 선택하던 그때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이모(26·여)씨는 "학점도, 봉사활동도, 대외활동도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구직활동을 하고 있으니 솔직히 지친다"면서 "요즘은 친구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지었다.

철학을 전공한 정모(28)씨 역시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막막함을 느낀다. 정씨는 "비상경계 출신 취준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전공과 기업에서 요구하는 직무의 괴리'"라면서 "학부에서 배웠던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7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이번 필기시험에는 730명 선발에 5만9천779명이 응시해 81.9:1의 경쟁률을 보였다

◇취업문 두드리다 '공시생'으로…"인문계 내에서도 이중잣대", 성차별도 느껴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모(28)씨는 언론사와 출판사 등의 문을 두드리다 결국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처음 입학했을 때만 해도 인문대 특성을 살려 다양한 곳에서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군 제대 후 학점관리, 공모전, 토익 등 쉴새 없이 준비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며 고개를 가로 지었다.

사회학과를 졸업한 한모(28·여)씨는 올해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데 계속 원서만 넣고 있을 순 없다는 이유였다.

한씨는 "인문학 자체가 취직을 위한 학문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기업은 바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는데 이 차이에서 '문송'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통상학과를 졸업한 박모(31)씨도 만 2년 동안의 취준 생활을 접고 '공시생'이 됐다.

박씨는 "취업 시장에는 이중잣대가 존재한다"면서 "상경계 전공자가 외국어를 배우면 가산점이 붙지만 어문학 전공자가 경영 관련 지식을 공부한다고 해서 노력했다는 시선이 따라붙지는 않는다"고 토로했다.

여성 취준생에게는 성별이라는 벽까지 존재하는 듯했다. 서울의 한 여대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임모(26·여)씨는 "비상경계 취준생이 지원할 수 있는 직무는 주로 영업"이라면서 "기업에선 그마저도 남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여성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성만큼 기업에서 활약할 수 있는데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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