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되면 졸업해야 하는 남다른 산악모임

2015-12-01 15:58

이하 '젊은 산악인의 모임' 제공'성별 무관', '나이 중요'고등학교 동창생 노진호(노리

이하 '젊은 산악인의 모임' 제공

'성별 무관', '나이 중요'

고등학교 동창생 노진호(노리 커뮤니케이션·30), 이동기(노리 커뮤니케이션·30) 씨가 만든 '젊은 산악인들의 모임(이하 '젊산모')' 가입 조건이다. 스무살부터 서른다섯까지만 가입이 가능하다. 서른여섯이 되면 졸업해야 한다. 서른다섯을 기준으로 삼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 나이까지는 이십 대가 편하게 어울릴 수 있을 거라고 봤고 본인들에게도 철저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딱히 즐기는 취미나 운동도 없고 너무 건전하다 못해 심심한 20대를 보대던 중 시작하게 됐다는 등산 모임은 어느새 국내 페이스북상에서 가장 회원이 많은 등산 커뮤니티가 됐다. 등록된 회원만 9000명을 넘어섰고 매 산행 때마다 15~2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인기가 많아 금세 마감된다.

'젊은 산악인들의 모임'이 이토록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젊산모를 4년째 이끌고 있는 젊은 대장 노진호 씨를 만났다.

노진호(왼쪽) 대장과 이동기(오른쪽) 총무 두 사람은 2012년 3월 처음으로 '젊은 산악인들의 모임'을 만들었다

스포츠 브랜드 '푸마' 온라인 마케팅 팀에서 근무하던 노 대장은 2012년 3월 페이스북 '젊은 산악인들의 모임' 페이지를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페이스북 붐이 일기 전이었지만 온라인 마케팅 분야에서 일한 게 도움이 됐다.

등산을 함께 가고 싶은 친구들에게 태그도 걸고 산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사진 등을 올렸다. 점점 "진호야 나도 가볼래"라는 지인들도 늘어갔다. 6개월 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온오프라인으로 '젊산모'를 다져갔다.

등산 모임에 참여한 이들은 사진 아래 달리는 "너 등산 시작했어?". "너 산악인이야?" 같은 지인들의 관심에 또 다시 찾게 됐다. 페이스북에서 사진이 퍼지다 보니 새로운 회원이 들어오기도 쉬웠다.

기본에도 충실했다. 계절별, 테마별로 기획도 했다. 봄에는 벚꽃, 봄꽃 산행을 다녔다. 여름에는 계곡, 가을에는 억새나 단풍, 겨울에는 눈꽃 산행을 갔다. 정상을 목표로 하는 산행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냈다. 북한산 둘레길 투어와 같이 산을 다니며 도장을 찍는 활동도 했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안전도 놓치지 않았다. 노 대장은 아웃도어 관련 업체에서 하는 등산 프로그램, 소방교육 등을 받으며 안전한 산행을 위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했다. 습득한 정보를 매 산행 때마다 적용했다.

'산에서 절대 술을 먹지 않는다'는 원칙도 지켰다. 정상에서 술을 마시고 내려오면 사고가 잦기 때문이다. 젊은 패기에 술까지 마시면 좋지 않아 보인다고 생각했다.

4년 동안 '젊은 산악인들의 모임'을 성공적으로 키워낸 노 대장은 이 총무와 함께 올해 '노리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었다.

노리 커뮤니케이션은 마케팅과 홍보 회사다. 또 아웃도어 전문 커뮤니티 '젊은 산악인들의 모임', '젊은 캠퍼들의 모임', '젊은 스포츠인들의 모임', '젊은 러너들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노 대장은 처음 등산을 시작할 때 느꼈던 시행착오도 사업 아이템으로 엮어낼 계획이다. '여기 들어가면 다 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웃도어 관련 정보를 집대성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더불어 노진호 대장이 말한, 등산 관련 팁도 정리해봤다.

1. 등산화에 투자하자

pixabay

등산 전문가들은 산행은 오랫동안 걷는 활동인만큼 '등산화'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등산화 전문 브랜드를 사는 게 좋고 무조건 가서 신어봐야 한다. 브랜드나 제품에 따라 그 형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발볼이나 발목 높이 등에 맞춰 내 발 모양에 잘 맞는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사이즈는 오전보다는 오후가 낫다. 산행을 할 때는 발이 붓기 때문이다. 두툼한 양말을 신고도 신을 수 있을 정도 5~10mm 정도로 넉넉한 것이 좋다. 너무 딱 맞으면 발톱이 빠지거나 물집이 잡히기 때문이다. 뒤꿈치에 새끼 손가락이 하나 들어갈 정도라면 알맞다.
사이즈만큼이나 밑창도 중요하다. 대부분 전문 등산화 브랜드에서는 중등산화를 만들 때 이탈리아 브랜드인 비브람에서 만든 창을 선호한다. 일반 밑창보다 딱딱한 특수 고무재질로 돼 불규칙한 지형을 오르기에 좋다. 접지력이 좋은 스텔스 창은 암벽 등산용 등산화에 많이 사용된다. 일반 상행에선 내구성과 마모성, 충격 흡수 면에서 비브람 창이 더 낫다. 산에는 눈이나 비가 오는 경우가 자주 있어 미끄럼 방지가 어느 정도 되는 것이 좋다.

2. 등산복은 땀 배출과 체온 조절에 주의하자

등산복은 고가의 제품을 살 필요는 없다. 땀 흡수나 배출이 잘 되는 상의를 입어 체온 조절에 신경쓰면 된다. 산에서는 눈이나 비가 오는 경우가 많으니 방수 기능이 있는 재킷을 항시 가방에 보관해 필요할 때 입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에도 안전을 위해 긴팔과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자외선이나 풀독 등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3. 모자와 선글라스, 초코바도 챙기자

모자는 자외선 차단 목적으로 쓰기에 좋다. 머리 위로 열이 배출되기 때문에 겨울에는 체온을 지키고 여름에는 배출하는 데 요긴하게 써야 한다. 힘들게 산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쓰게하는 편이다. 선글라스는 사계절 내내 쓰는 게 좋다. 여름에는 자외선, 겨울에는 눈에 반사돼 무리가 가지 않기 위해 쓴다. 조난을 당하거나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 초코바와 같은 행동식은 따로 준비해야 한다.

4. 초보라면 무조건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다니자

초보라면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코스로 다녀야 한다. 사람이 많다고 한적한 곳으로 가게 되면 길을 잃기 쉽다.

겨울에는 설경이 아름다운 산을 많이 가게 된다. 강원도 쪽 태백산, 소백산, 한백산, 선자령은 양떼 목장 근처로 둘레길 트레킹처럼 완만하게 이어지는 곳이다. 많이 안 힘들게 눈꽃을 볼 수 있다. 서울에서는 아차산, 용마산, 서대문 안산, 관악산, 북한산과 도봉산은 잘 안 가는 편이다. 사패산, 불암산을 많이 가게 된다.

home 김수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