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애플에서 일했던 디자이너 두 명이 애플 디자인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애플이 디자인을 파괴하고 있다"고 했다.
애플의 66번째 사원이자 회사의 첫 휴먼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던 브루스 토냐치니(Bruce Tognazzini)와 1993년부터 3년간 애플에서 사용자 경험을 설계했던 돈 노먼(Don Norman)이 디자인 비즈니스 전문 미디어 코 디자인(Co.Design)에 기고한 글이다. 10일(이하 현지시각)에 게시됐다.
이들은 "애플이 스타일과 디자인을 위해 사용성이라는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며 "애플은 길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사용자에게 혜택을 줬던 디자인 원칙이 사라졌다면서 새로 개발된 폰트들은 지나치게 작거나 얇아 일반인이 읽기 쉽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애플은 폰트 디자인에 신경을 쓰기로 유명했던 회사다.
토냐치니와 노먼은 애플 제품 사용법이 어렵다는 의견도 냈다. 이들은 "좋은 디자인은 매력적이고, 즐겁지만, 사용하기에도 훌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글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의 '뒤로가기' 버튼을 언급하면서 애플과 비교했다. "애플은 일부 상황에서는 '뒤로가기' 버튼을 제공하지만, 구글 안드로이드와는 달리 매번 사용할 수는 없게 만들어졌다. 애플의 '취소' 혹은 '뒤로' 버튼은 개발자가 만든 옵션일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게시글에서 토냐치니와 노먼은 애플이 만드는 디자인은 휴대전화 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우려했다. 디자인 문화에 널리 영향을 펼치고 있는 애플 위상을 본다면 애플이 만들어내는 디자인은 다른 산업에까지 퍼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이 애플만 비판한 건 아니다. 토냐치니와 노먼은 구글 지도(Google maps)와 안드로이드도 비슷한 이유를 들며 지적했다. 시각적으로는 눈길을 끌지만 사용법은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글은 다수 해외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16일 종합 경제지 포춘은 이를 "두서없고 냉혹한 글이지만, 이들이 지적은 일리 있는 이야기다. 애플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