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충'(벌레 같은 한국남자), '숨쉴한'(남자는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때려야 한다)
다소 과격한 이 용어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Megalia)에선 흔히 쓰인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는 목표로 온라인 사이트(☞메갈리아), 페이스북 페이지(☞메갈리아4)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메갈리아' 홈페이지
'메갈리아' 측은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이 어떤 건지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미러링'(mirroring)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한다. '미러링'은 빛이 거울에 반사되듯 '여성 혐오' 용어를 '남성 혐오' 용어로 바꿔 사용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각종 '여성 혐오 용어'를 '반사'시킨다. '김치녀'(허영심 많은 여자) 대신 '한남충'(벌레 같은 한국 남자)을 쓴다. '여자는 삼일에 한 번 때려야 한다'는 뜻의 '삼일한'에 대항해서는 '숨쉴한'(남자는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때려야 한다)이라는 용어가 있다.
'메갈리아' 측은 "만일 누군가 우리의 방식이 폭력적이기 때문에 '남성 혐오'라고 말한다면, '미러링'의 방식이 폭력적이며 과격한 것은 당연하다"며 "'미러링'은 여성혐오적 표현을 주어만 바꾸어서 그대로 따라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러링'이 폭력적이라면, '미러링'의 원본 즉, 여성 혐오의 발언들도 똑같이 폭력적이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를 목표로 내 건 온라인 연대 '메갈리아'. 대외 인터뷰를 담당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 운영진에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 '메갈리아'는 어떻게 만들어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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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는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에서부터 시작됐다. 뜻은 메르스 갤러리에서의 '메르스'와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합성어다.
왜 대한민국을 휩쓴 질병인 '메르스'에서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커뮤니티가 파생됐을까?
메르스 갤러리에선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했다. "만약 메르스 최초 유포자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였다면 반응은 어땠을까?"
남성의 상황에서 여성이 존재하고, 여성의 상황에서 남성이 존재하도록 상황을 반전시켜 보는 것, 즉 '미러링'을 시도해 본 것이다.
타인의 입장을 헤아려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라는 미덕이 존재하지만, 자신의 일이 아니라면 공감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이 어떤지에 대해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하여 '미러링'이라는 기법이 선택된 것이다.
2. '여성혐오에 대항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메갈리아' 측이 보는 대한민국의 '여성 혐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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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너무나도 쉽게 꼬리표가 달린다. 기사 제목을 보아도 남성임은 잘 드러나지 않고, 여성은 항상 파악할 수 있다.
김치녀와 된장녀 등 대한민국을 휩쓴 xx녀 시리즈도 유달리 많다. 이것은 과연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유독 '무개념'이어서 그런 걸까?
우리가 네임을 붙이는 대상은 항상 사회적 타자다. 주체들은 스스로에게 딱지를 붙이지 않는다. 주체들은 한 가지 특성으로 일반화될 수 없으며 다양한 개인으로서 존재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여혐'은 더 악랄하다. 남아선호사상과 맞닿은 여아낙태를 뚫고 살아난 지금의 2-30대 여성들. 이들은 일은 하지만 제공하는 노동력이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돼 합법적으로 여전히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여성들이 집 안에서의 노동만 강요받았던 반면, 이들은 결혼 후에도 집 밖과 집 안에서 모두 노동을 강요 당한다.
또한 여성이 제공하는 가사노동은 질이 낮은 것으로 평가절하된다. '맘충'이 남편이 벌어온 돈을 흥청망청 쓰고, 애는 돌보지 않는 '무개념 엄마'를 뜻하는 것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
3. '메갈리아'는 '남성 혐오 사이트'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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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에 대한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자. 혐오란 본래 "미워하고 증오하다"라는 의미지만, 여기서 말하는 여성혐오는 한 단어로 취급해야한다.
일명 'hate speech'라고 할 수 있다. 'Hate speech'란 동성애 혐오, 유색인종 혐오 등 특정 인종, 국적, 종교, 성적 지향, 성별 등에 대해 그릇된 신념이나 편견을 기반으로 하여 증오를 선동하는 발언이다.
따라서 여성혐오는 여성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 여성을 향한 폭력 행위, 차별적 행위 등 모든 것을 포함하는 광의의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여성혐오는 여성과 결혼한 남성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여성조차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류 계층, 즉 여기서는 가부장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남성에 대한 혐오는 존재할 수가 없다.
가령 백인 중산층 남성에 대한 혐오는 존재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릇된 편견의 피해자가 되어본 적도 없으며, 그 특성 자체로도 차별 받아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광대가 양반을 놀려대는 것 또한 혐오가 아니다. 희화이자 풍자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혐오' 또한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또한 설령 '남혐'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메갈리안 한 명이 개인적으로 표출하는 '한국 남성에 대한 혐오'다. 이것은 개인적인 감정일 뿐이다.
메갈리아에서 보이는 남성혐오가 절대 사회 지배적인 분위기가 될 수 없다. 여성혐오를 혐오하는 메갈리아의 방향성이 메갈리아 말고 그 외의 공간에서 들려온 적이 있는가?
지배적인 목소리를 차지한 적이 있는가? 사회문화적인 '남성혐오'는 성 평등 순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메갈리아가 나오게 된 근본 원인은 외면하면서 강자의 폭력보다 약자의 대항폭력을 비난하는 것은 전형적인 기득권 논리와 동일하다.
노동자들의 시위를 폭력적이라고 딱지 붙이는 것, 평생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을 때 그것을 정당방위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 흑인들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해버리는 것 등이 있다.
4. '여성 일베'라는 말도 있는데
일간베스트저장소
메갈리아가 '폭력적'인 '남혐'이라서 '여성 일베'라는 취급을 받는 것이라면, 이렇게 묻고 싶다.
일간베스트 사이트가 여성혐오 때문에 유명해진 것인가? 일간베스트는 여성혐오로 유명해진 것이 아니다.
세월호 단식천막 앞 '폭식 시위', 세월호 희생자 오뎅 비하 사건, 광주와 전라도 모욕 등 반사회적 행동과 발언들로 유명해진 것이다.
물론 일베의 만행에는 여성혐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온전히 여성혐오 때문인가?
메갈리아를 단지 '일베'와의 비교순위로 놓는 것은 이 사회에 넓게 퍼져있는 여성혐오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행위다. 메갈리아는 '여성 일베'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5. 어떤 목적의식을 갖고 활동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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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메갈리안들은 여성혐오를 혐오하고 근절하기 위한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성혐오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것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여혐혐'(여성혐오에 대한 혐오)이 '남혐'으로 보인다면 그것은 당신이 여성혐오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거나 혹은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모든 남성 집단에 대한 공격으로 보는 것이다.
6. 대한민국 사회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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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성관계 맺을 수 있는 '자궁'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봐 주었으면 한다.
남성들이 쉽사리 품평하는 여성은 그들에게 품평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여성은 스스로 원하는 옷차림을 입을 자유가 있고 스스로 원하는 행동을 할 자유가 있다. 만일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 '임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불가하다면, 남성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여성이 짧은 스커트를 입고 밤 늦게까지 놀러 다니는 것은 결코 성폭행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다. 여성이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는 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만일 지금의 예시에서 계속 젊고 아름다운 여성만 떠올랐다면 그것 또한 여성혐오다.
여성의 인생은 날씬하고, 아름답고, 젊은 10대와 20대 이후로도 지속된다. 여성의 이미지가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연령대와 모습으로 나타났으면 한다.
여성은 아름답지 않아도 여성이고 뚱뚱해도, 못생겨도 여성이다. 나이 든 남성이 화보를 찍는 것은 자연스러운데 왜 나이 든 여성이 화보를 찍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어야만 하는가?
또한 여성은 스스로 임신할 권리와 경제활동을 할 권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입사할 때 '임신 계획'을 물어보는 질문이나, 결혼하면 자동으로 '임신 계획'을 물어보는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여성에게 언제 결혼할 것인지를 물어보는 질문도 사라져야 한다. 남성이 늦게까지 결혼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게 받아 들여지지 않듯이 늦게까지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게도 동일한 시선이 적용되어야 한다.
여성은 임신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 오로지 그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사회를 기대한다.
7. 앞으로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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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여혐혐' 활동을 할 계획이다. 사라진다면 그것은 내가 염산을 맞았거나,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당했거나, 길가는 남성에게 (만만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폭행'을 당해 사망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사망할 수 있는 가짓수는 여기 나열한 것 외에도 많으니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