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의 '그것'이 알고싶다

2015-09-07 15:27

이하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가 지난 5일 방

이하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가 지난 5일 방송 1000회를 맞았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1992년 3월 31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햇수로는 24년이다. 1983년 3월 첫 방송을 시작한 KBS 시사 프로그램 '추적 60분'과 1990년 5월 시작한 MBC 'PD수첩'에 비하면 다소 늦은 출발이다.

하지만 영향력은 두 프로그램을 압도한다. 리서치 전문업체 '한국 갤럽'이 지난 4월 만 19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TV 프로그램'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그것이 알고싶다'는 16위(1.8%)로 시사 프로그램 가운데 유일하게 20위권 안에 들었다.

시사 프로그램 특유의 '딱딱함'과 '무거움'을 고려할 때 '그것이 알고싶다'의 성공은 확실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 성공이 '공짜'로 주어진 건 아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긴 세월 다양한 변화를 거치며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1. 역대 진행자는 누구?

총 7명의 진행자가 거쳐 갔다. 초대는 영화배우 문성근(63) 씨다. 문 씨는 1992년 3월부터 1993년 12월 까지 1년 8개월간 초대 진행자로 활동했다. 이어 1997년 4대 진행자로 복귀한 뒤 2002년 5월까지 약 6년여 간 '그것이 알고싶다'와 함께했다.

문 씨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박또박한 발음과 특유의 지적인 이미지는 초창기 프로그램의 상징과도 같았다. 문 씨가 진행하며 말하는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었습니다"라는 문구는 마치 현재 진행자 영화배우 김상중(50) 씨의 "그런데 말입니다"처럼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는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1993년 12월, 문 씨가 하차한 뒤 언론인 겸 전 국회의원 박원홍(73) 씨가 새 진행자로 섭외됐다. 박 씨는 1994년 1월부터 1995년 9월까지 약 1년 8개월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후 '그것이 알고싶다'가 소재 고갈 등을 이유로 방송을 중단하며 자연스럽게 하차했다.

1년 뒤, 1996년 10월 방송을 재개한 '그것이 알고싶다'는 3대 진행자로 민선 3, 4기 제33, 34대 서울시장을 역임한 오세훈(54) 씨를 영입했다. 당시 여러 지상파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치며 '훈남 변호사'로 인기를 끌고 있던 오 씨는 프로그램을 부드럽게 이끌며 좋은 평을 받았다. 오 씨는 1996년 10월부터 1997년 9월까지 11개월간 프로그램을 맡았다.

1997년 복귀한 문성근 씨가 2002년 하차하고, 뒤를 이은 건 영화 '달마야 놀자'를 통해 인지도를 얻은 영화배우 정진영(51) 씨였다. 정 씨는 기존 진행자들과 다르게 정곡을 콕 찌르는 듯한 내레이션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정 씨는 2002년 5월 첫 진행을 맡은 뒤 2006년 1월까지 약 4년간 '그것이 알고싶다'를 이끌었다.

이후 6대 진행자 영화배우 박상원(56) 씨를 거쳐 2008년 3월. 현재 '그것이 알고싶다'를 대표하는 이미지와 같은 '중년 탐정' 김상중 씨가 7대 진행자로 낙점됐다. 김 씨는 2015년 9월 현재까지 무려 7년 간 프로그램을 이끈 최장수 진행자다.

2. 화제가 됐던 에피소드들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24년 간 한국 사회에 끊임없는 화두를 던져왔다. 종교 문제, 강력 범죄, 재벌 문제 등 주제도 다양했다. 시청률을 떠나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에피소드 몇 가지를 꼽아봤다.

1999년 8월 21일 방송된 '빗나간 믿음 - 자식의 치료를 거부한 부모'편은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공분에 검찰이 아이 부모의 친권 소멸을 검토할 정도로 반응이 컸던 에피소드다.

소아암의 일종인 '윌름스 종양(Wilms tumor)'을 앓던 신애(당시 9세)는 종교에 심취한 부모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상당기간 방치돼 있었다. 병원 대신 부모가 선택한 것은 하루 종일 기도를 올리는 일이었다. 방송에 나온 신애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신장에 생긴 종양으로 거대하게 부푼 배에는 앙상한 실핏줄들이 흉물스레 도드라져 있었다.

"이 세상에서 행복해야지. 천국에서 행복하면 뭐하냐. 나도 이 세상에서 행복하고 싶다"라고 신애는 절규했지만 부모는 끝내 외면했다. 방송 후 신애는 뒤늦게 수술에 들어갔지만 끝내 병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2010년 11월, 당시 에피소드를 연출했던 PD는 '그것이 알고싶다' 20주년 특집편에 출연해 "신애가 죽기 전까지 세상과 등을 돌린 채 벽만 보다 하늘나라로 떠났다"라는 후일담을 남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1998년 12월 방영된 '의혹! - 김훈 중위 의문의 죽음'은 오랫동안 함구됐던 '군 의문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훈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오전 공동경비구역 JSA GP 3번 벙커에서 오른쪽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채 발견됐다. 하지만 자살동기, 총에서 발견되지 않은 지문 등 여러 의문점을 낳아 '자살이냐, 타살이냐'로 한동안 논란이 됐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후로도 몇 차례 더 김훈 중위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방영하며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3. '그것이 알고싶다'가 바꿔놓은 것들

주로 다루는 것이 '사회 문제'인 만큼 '그것이 알고싶다'가 대한민국에 끼친 영향은 상당하다.

앞서 '그것이 알고싶다'가 제기했던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은 2006년 1월 대통령 직속 '군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99년 2월 국방부는 김훈 중위 사건을 계기로 '의문사 처리과'를 신설했다. 의문사 처리과는 위원회의 전신이다.

이후 의문사 처리과는 '민원제기 사망사고 특별조사단'으로 개편되는 과정 등을 거쳐 2004년 2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듬해 6월 국회 여야합의로 위원회로 개편됐다.

2009년, 위원회는 발족의 도화선이 됐던 김훈 중위 사건을 '진상규명 불능'으로 최종 결정한 뒤, 같은 해 12월 31일 해체됐다.

2013년 5월 25일 방영된 '사모님의 수상한 외출 - 여대생 청부 살해사건 그 후'는 그간 명확한 기준없이 시행됐던 '형집행정지(일정한 이유에 따라 수감자의 감옥 생활을 정지하는 것)'의 조건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자신의 사위와 이종사촌 관계인 여대생을 청부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 재벌가 부인이 형 생활 도중 암에 걸렸다는 이유로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서울 소재 모 병원에 입원해 6년 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2013년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이 사실을 보도하며 국민적 공분을 끌어냈다. 5월 방송 당시 집행당국 관계자는 담당PD와의 통화에서 "(그것이 알고싶다의) 방송 시기가 있으니 얼마 걸리지 않을 거다"라는 미묘한 말을 남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부인은 2013년 5월, 수감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 하에 교도소로 복귀한 상태다.

home 양원모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