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이건 고데기예요"가 싫어 찾아나선 '1인 미용실'

2015-07-21 17:02

  wikimedia  "손님 이건 고데기입니다", "손님 머릿결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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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이건 고데기입니다", "손님 머릿결로는 할 수 없어요"  나도 안다. 내 머릿결이 개털이고 파마로 쉽게 할 수 없는 머리라는 것쯤은.

미용실을 방문했을 때 속이 상하는 부분 중 하나는 도통 내 머리에 관심이라고는 없는 것 같은 찍어낸 듯한 멘트와 무성의한 태도다. 부름에 이끌려 여기 앉았다가 저기 앉았다가 드라이로 머리를 말려주고 나면 "끝, 안녕히 가세요". 가끔은 내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가발 중 하나가 된 느낌마저 든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하는 머리임에도 (프랜차이즈 가게를 기준으로 했을 때 어깨 밑 까지 오는 파마 머리 가격은 대략 20만 원 전후로 형성된다.) 정작 디자이너는 이 손님 저 손님 동시에 받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찾아 나섰다. 내 머리카락 좀 관심 있게 들여봐 주십사 간절히 외칠 '1인 미용실'

gratisography

 

"OOO님 이시죠? 오늘 방문하시는 것 맞는지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1인 미용실은 말 그대로 한 번에 한 명의 손님만 받는 오로지 나를 위한 미용실이다.

보통 디자이너 한 명이 예약부터 시술, 결제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다. 디자이너와 스텝이 두 명이든 세 명이든 손님은 예약된 시간에 예약된 단 한 사람만 받는다. 물론 100% 예약제다.

1인 미용실은 최근 3~4년 사이 부쩍 홍대 골목 골목을 따라 형성되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트랜드를 이끄는 화려한 홍대 메인 상권보다는 연남동, 동교동 등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난 곳 그것도 2층에 자리를 잡은 가게들이 많다는 점이다. 가게 자릿세나 권리금 등 부수적인 부분에 비용을 쓰는 것 보다 실속을 추구하고, 소자본으로 보다 확실하게 자신만의 가게를 꾸릴 수 있는 게 1인 미용실의 장점이다.  

1인 미용실을 차리는 디자이너들은 공통적으로 '공장형 미용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순서대로 같은 머리를 하는 것이 답답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1인 미용실은 여느 미용실과는 달리 샵인샵(가게 안에 또 다른 가게가 들어오는 형태)에 다양한 업종이 들어온다. 보통 프랜차이즈 미용실에 네일샵 등이 들어온다면 1인 미용실에는 꽃집, 화방, 빈티지 가게 등 디자이너의 개성이 물씬 묻어나는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이하 'pixabay'

 

"찾아 오느라 조금 번거로우셨죠? 앉아서 차 한 잔 먼저 하세요"

큰 맘 먹고 찾아 나섰지만 생각보다 '가게 위치'자체를 찾는 것이 녹록치 않았다. 여느 미용실 처럼 커다란 간판과 화려한 인테리어 혹은 이벤트 등으로 시선을 끄는 곳이 아니었다. 수화기를 붙들고 물어 물어 겨우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고 그 때서야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가게에는 오롯하게 디자이너와 필자 단둘뿐이다. 숨을 돌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한 번에 많은 손님을 받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공간 자체는 넓지 않았다. 다만 다른 점은 기존 미용실과 다르게 모든 것이 '하나'씩 있다는 점이었다. 

필자와 디자이너가 마주 보고 앉아있는 티테이블 하나, 커트나 파마 등 시술을 하는 의자 하나, 의자 앞에는 커다란 거울 하나, 그리고 구석에는 여느 미용실과 마찬가지로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세면대도 하나.

디자이너는 상냥한 얼굴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때때로 내 머리칼에 시선이 머무는 것을 느껴 괜시리 부끄러움에 몸이 움츠러든다. 이를 알아챈 디자이너는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그냥 친구처럼 편안히 있다 가세요"라며 긴장을 풀어준다.

 

가게 한편에 마련된 '오로지 나를 위한'의자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커트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필자는 동교동에 위치한 B 미용실을 방문했고 디자이너는 상호를 비공개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과거 언론 인터뷰를 했을 당시 기사를 보고 손님들이 몰려 '1인 미용실' 특성상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홍보성 기사로 비치는 것이 싫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필자와 디자이너가 머리를 자르며 나눈 이야기 중 몇 가지를 추렸다. 

 

1. "사실 '1인 미용실' 방문을 결심하고 나서 살짝 걱정되기도 했어요. 혹여나 유명한 프랜차이즈 가게보다는 실력이 떨어진다거나 하면 어쩌지? 라는 편견이 스멀스멀 떠오르기도 했으니까요."

 

디자이너(이하 D) : "많은 손님이 처음에는 '설렘 반 두려움 반' 상태로 방문하세요. 저도 손님들이 그런 점을 느끼는 것은 알고 있고요."

 

"결코 실력이 뒤처져 혼자 일하는 것을 택한 것은 아니에요. 오랜 기간 유명 프랜차이즈에서도 근무했었지만 마치 공장제처럼 운영되는 그곳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아 과감히 제 가게를 차리게 됐어요. 실력 면에서는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요"

2. "아무래도 '비용'에 대해서도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D: 커트의 경우 홍대 인근은 2만 원에서 4만 원 선으로 비슷하고, 강남이나 가게에 따라 15만 원 선 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어요. 파마나 염색 등 시술은 머리카락 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2~ 15만 원 선이에요.

 

일선 프랜차이즈와 비슷한 선이지만, 오로지 고객 한 분에게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때에 따라 보다 더 비싼 경우도 있기는 해요.

 

 

3. "100% 예약제로 운영되다 보면 한 사람이 약속을 어길 경우 입는 타격이 클 것도 같은데. 어떤가요?"

 

D: "일단 2~3일 전 예약을 원칙으로 하고, 예약 당일 방문 확인 전화를 꼭 드리고는 해요. 사정이 생겨 약속 시간에 늦어 결국 다시 예약하신다거나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손님들이 '잠수'를 타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아무래도 고객 본인 한 분만을 위해 약속한 시간이라는 관념이 강하게 작용하는 듯해요."

 

 

4. "'1인 미용실'이 요즘 뜨고 있기는 하지만 틀림없이 잘되는 곳도 있고 망하는 곳도 있을 텐데, 어떤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하세요?"

 

D: "뻔한 대답이지만 아무래도 '실력'이겠죠. 혼자 운영하는 가게이기 때문에 자칫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자만감에 빠지거나 도태되기 십상이니까요. 이런 점이 바로 '1인 미용실' 원장으로서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치명적인 약점이라 생각해요."

 

"'실력'이라고 하는 것에는 커트 등 기술적인 부분도 포함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읽어내는 안목이에요. 앞서 말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1인 미용실'은 자칫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쉬우니까요.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해야 살아남는 곳이 '1인 미용실'이라 생각해요"

 

 

5. "트렌드라고 말씀하시니, 연령층마다 다를 텐데 보통 주 고객층은 2030 세대인가요?"

 

D: "아무래도 아직은 젊은층 방문이 주를 이루죠. 하지만 요즘은 자녀분이 먼저 다녀가시고 이후 부모님과 함께 방문한다거나, 건너 건너 소문을 듣고 방문하시는 40대 50대분들도 예전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요."

 

"40대 50대 분들의 경우 아무래도 젊은 분들보다 원하는 머리 스타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어색해하세요. 보통 이제까지 디자이너가 해주는 대로 맡겨온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분들 경우에는 보다 꼼꼼하게 이야기를 듣고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시술에 들어가곤 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시간여가 훌쩍 지나갔고 이윽고 머리가 완성됐다. 

머리를 하는 동안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지금(오늘) 잘라서 완성되는 머리가 아닌 앞으로 하고 싶은 머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디자이너는 "현재 어떤 스타일로 자르느냐에 따라 앞으로 머리 모양이 좌우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헤어스타일에 변신을 시도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잘 다듬는 것이 중요해요. 이것이 바로 '1인 미용실'에 오셨던 손님들이 다시 찾는 이유기도 하구요"라는 대답을 덧붙였다.

 

최근 한국 사회는 각자 자신의 개성을 추구하며 1인 미용실, 1인 식당, 1인 노래방에서 소비 생활을 즐기는 이른바 '싱글슈머(Single+Consumer)'족이 꾸준한 증가세에 있으며 필자 역시 싱글슈머 성향이 짙다.

그러나 만약 집단에 속해있는 것에 안정감을 느낀다든가 혼자 무엇을 하는 것이 낯선 사람에게 '1인 미용실'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얼핏 스친다. '1인 미용실'은 예약부터 방문 그리고 가게를 나설 때까지 오로지 한 사람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또 '1인 미용실'이라고 해서 디자이너가 고객 마음을 전부 읽어낼 수는 없다. 디자이너는 독심술가가 아니다.디자이너와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결국 머리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우려도 남는다. 

쑥스러워도 잘 모르겠어도 무엇이라도 '말'로 조금이나마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이너들은 수많은 고객을 겪어봤고 프로이기 때문에 대체로 손님이 어설프게라도 표현을 하면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 것인지 대충 감이 온다고 했다.

그리고 만만치 않은 가격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고객 한 명에 말 그대로 올인하기 때문에 서비스업인 미용실 가격이 올라가는것은 당연할 터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대로 디자이너와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담보되지 않은 실력'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도 없을 것이다. 무조건 프렌차이즈 가게의 실력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브랜드 이름이 주는 '네임 벨류'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뢰성을 담보할 뿐. 

이 부분에 대해 디자이너는 "앞서도 말했지만 실력 만큼은 자신있다"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는 "어디든 도태되고 부족하면 망하기 마련"이라며 "1인 미용실을 차린 디자이너는 화려한 경력과 실력을 겸비한 분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또 "실력과 패기로 무장한 젊은 친구들도 꾸준히 개업을 하는 추세라 날이 갈 수록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필자는 조금 낯설어 커피 한 잔으로 친구를 꼬드겨 함께 방문하더라도, 한 번은 가볼 만한 곳이 '1인 미용실'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제3자의 시각에서 나를 들여다보며 또한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성격의 힐링공간을 얻은 느낌이랄까.

 

home 홍수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