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신문과 방송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물산-엘리엇 법정 다툼에서 법원이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수석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 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1일 기각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엘리엇 측 주장은 '전부 기각'됐다. 법원이 삼성물산이 내놓은 합병 비율과 합병 목적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엘리엇 측 주장과 삼성물산의 입장, 그리고 법원 판결을 정리해봤다.
1. 엘리엇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하는 형태다. 합병 비율은 1 대 0.35로 결정됐다. 주주들은 삼성물산 주식 1주를 제일모직 주식 0.35주로 교환 받게 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가가 너무 낮다"며 "합병 비율에 순자산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 주가만을 기준으로 한 비율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을 선정했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맞섰다.
삼성물산은 "주가는 복잡하고 많은 요소들로 형성되는 것이다. 엘리엇 측이 주장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과소·과대 평가됐다는 주장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법에 따라 주가를 정한 만큼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엘리엇 측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산정 기준이 된 삼성물산-제일모직 주가가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로 형성된 것이라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 따라서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 엘리엇 "합병 시기가 삼성물산에 불리한 시점"
엘리엇은 합병 시기도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가는 낮고, 제일모직 주가는 높은 시점을 골랐다"며 "합병 시기가 삼성물산에 불리한 시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회사 가치는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며, 주가 역시 시시각각 변동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두 회사 간 주가 차이가 다른 시점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일축했다.
3. 엘리엇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합병 아닌가"
"합병 목적이 불순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엘리엇 측은 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병 목적 자체가 오너 일가 지배권 승계를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이번 합병은 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장을 확고히 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수익성 정체와 성장 지연으로 주가가 하락세에 있다"며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 주주들은 보유 주식을 더 안정적이고 성장성 높은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합병 공시 직후 회사 주가가 상당히 상승했다"며 삼성물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시장에서 합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점에 비춰보면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에게는 손해만 주고, 제일모직에는 이익만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삼성물산 경영진이 삼성물산과 주주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오너 일가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보기엔 시장 평가도 호의적이고, 엘리엇 측이 주장한 '불순한 목적'을 증명할 만한 자료도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 측 "'의식주휴' 책임지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
삼성물산은 이번 합병이 건설과 상사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의식주휴(衣食住休)'와 바이오 사업을 선도하는 일류 기업으로 도약"이라고 설명했다.
패션, 식음, 레저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옷, 음식, 주거, 휴식을 모두 책임지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삼성물산 단독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고, 수익성도 하락했다"며 "애널리스트들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물산 매출이 연간 0.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 5월 21일 최저가를 찍었다. 하지만 26일 합병 발표 직후 14.8%가 상승하는 등 시장 역시 이번 합병을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제일모직은 삼성에버랜드 운영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빈폴, 에잇세컨즈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삼성웰스토리 등 식음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 래미안으로 국내 아파트 분야 1위를 지키고 있다. 해외에서 역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등 주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풍부한 해외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