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유튜브 ‘Brick Builder’ 이용해 만들었다)]
레고는 쉽다. 미리 만들어진 구조물들을 끼워 넣기만 하면 집 벽체가 완성된다. 작업대도 미리 만들어 끼워 넣고, 조금 어려운 구조물도 미리 만들어 집 안에 끼워 넣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실제 건축공사라면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벽체는 인부들이 토대 위에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만들어야 한다. 벽돌을 쌓기 전에 현장에서 철골과 단열재 등 벽체를 구성하는 각종 구조물을 배치하느라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할 터다.
그렇다면 충분한 시간도, 인력도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레고 블록 조립하는 방식을 건설현장에 적용하는 방법이다.
"340km 철도, 33개월 안에 완성해 달라"
호주 로이힐 광산은 세계 최대 철광석 매장량을 자랑한다. 문제는 이 24억 톤에 달하는 철광석을 가공하고 유통할 통로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로이힐 프로젝트’는 이곳에서 생산된 철광석을 실어 나를 340km 철도와 항구, 철광석을 처리할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공사비 규모만 6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이 초대형 건설 사업은 한국 건설회사(삼성물산)가 건설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로이힐 건설 현장은 호주 서부 중심도시 퍼스(Perth)에서 북쪽으로 1300km 떨어진 붉은 사막 지대에 위치해 있다. 일일이 건축 자재를 옮기기엔 다소 힘든 거리다.
자재 수급 어려움뿐 아니라 로이힐 프로젝트에는 ‘시간’도 중요한 요소였다. 340km 철로 완공까지의 기한은 단 33개월. 이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물산은 특별한 솔루션을 찾았다.
붉은 사막에서 펼쳐지는 '거대 레고 조립'
삼성물산이 찾은 솔루션은 ‘모듈(Module) 공법’이었다.
모듈 공법 기본 원리는 레고와 같다. 레고가 미리 만들어진 블록을 끼워 ‘조립’만 하면 되듯이, 모듈 공법 역시 구조물을 큰 ‘덩어리(Module)’로 나눠 미리 만들어 두고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것이다.
과거 철로 건설에는 수많은 인부가 모여 슬리퍼(침목)를 깔고 일일이 그 위에 레일을 설치해야 했다. 로이힐 철로에 사용되는 슬리퍼 개수는 무려 61만 개에 달했다. 기존 공법으로 이렇게 많은 침목을 33개월 안에 완공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로이힐 철로에서는 인부가 일일이 레일을 깔지 않고 미리 용접한 레일을 현장에서 설치만 하도록 했다. 그에 앞서 자동기계가 슬리퍼를 먼저 바닥에 깐다. 그 위에 레일이 놓이게 된다. 이 레일의 길이는 무려 400m. 용접장에서 구간에 맞게 미리 제작된다. 그리고는 특수 장비를 이용해 미리 깔려있는 슬리퍼 위에 한 번에 400m 길이로 척척 배치된다.
로이힐 건설 현장에서는 철로 외에도 다양한 철골 제작물에 모듈 공법이 적용됐다. 태국, 말레이시아 등 인근 국가에서 제작한 모듈들을 호주로 이송, 호주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면 되는 공정이다. 현장과 해외에서 제작과 설치가 동시 진행이 가능해 공사 기간도 훨씬 줄어들었다.
이렇듯 모듈 공법은 여러 모듈들을 쌓고 이어서 완성품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 레고와 매우 닮아 있다. 레고의 조각들이 맞춰져 하나의 조형물이 되듯, 각 모듈들도 하나하나 맞춰지고 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로 재 탄생됐다. 거리와 시간이라는 장애물은 이렇게 극복됐다.
'시간당 1만 2700톤 철광석 선적'...철도 완공이 가져올 변화
로이힐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또 다른 신화가 시작된다. 모두 230개 차량으로 이뤄진 기차가 가공된 철광석 3만 2000톤을 한꺼번에 싣고 헤들랜드 항만(Port Hedland)으로 수송하게 된다. 이는 5톤 트럭 기준으로 6400대 분량에 달한다.
이 철광석은 헤들랜드 항만에 건설된 항구를 통해 전 세계로 수출된다. 대형 선박들이 시간당 철광석 1만 2700톤을 싣고 한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로 향하게 된다.
사막과 해안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 전 세계 철광석 수출입 판도를 바꿀 프로젝트는 지금도 저 먼 호주에서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