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시한부 '리틀 싸이'에 "힘내라" 응원

2014-12-22 14:45

[연합뉴스](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리틀 싸이' 전민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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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리틀 싸이' 전민우(10) 군이 올해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그의 우상인 월드 스타 싸이(본명 박재상)를 만난 것이다.

22일 전 군 가족에 따르면 전 군은 전날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 콘서트에 특별 초청을 받았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뇌간에 종양이 생기는 뇌간신경교종으로 투병 중인 전 군을 위해 싸이 측이 특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무대 뒤 대기실에서 싸이를 만난 전 군은 감격에 겨워 울먹였다.

싸이는 전 군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나서 손을 잡고 "건강 잘 챙기고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도와줄게"라고 위로해 줬다.

전 군은 싸이에게 자신이 건강해지면 무대에 같이 올라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 달라는 소원도 말했다.

방사선 치료를 받아 혼자서는 제대로 걷기도 못하던 전군은 이날 공연을 지켜보다가 강남 스타일 순서가 되자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흥겹게 말춤을 췄다.

아버지 전송춘(47) 씨는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며 "힘이 났는지 관객들과 함께 춤도 췄다"고 전했다.

중국 옌지시에 사는 조선족 동포인 전 군은 한국에서보다 중국에서 '리틀 싸이'로 유명하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전 군은 네 살 때부터 중국중앙(CC)TV 싱광다다오(星光大道)를 비롯한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저장위성TV의 예능 프로그램 '중국몽상쇼'에서는 꼬마 싸이로 분해 강남 스타일을 불러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는 전 군이 중국에서 '리틀 싸이'로 유명해지는 계기가 됐다.

전 군은 '리틀 싸이'로 유명해지기 전인 2011년 SBS 스타킹에 출연해 '연변 동요'를 불러 국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꼬마 가수로 활동하던 전 군에게 느닷없는 불행이 찾아온 것은 지난 8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가 뇌에 있는 종양을 발견한 것이다.

슈퍼마켓을 하던 아버지와 초등학교 선생님이던 어머니는 외동아들을 살리자는 생각 하나로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짧으면 6개월, 길어도 1년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다. 전 군은 최근까지 병원에서 20여 차례의 방사선 치료까지 받았다. 병원에서는 항암제 치료까지 권했지만 전 군 부모는 아들에게 차마 항암 치료의 고통을 겪게 할 수는 없었다.

"어른도 못 견디는 항암치료를 어떻게 받게 해요. 같은 병에 걸린 아이들 부모끼리 연락을 하고 사는데 그걸 받은 애들은 다 하늘나라로 갔어요."

전 군 가족은 지금은 병원을 나와 중국동포들이 많이 사는 대림역 부근에서 월세방을 구해 지내고 있다. 방사선 치료 경과가 좋기만을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외국인 신분인 전 군 가족에게는 '치료비 폭탄'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전 군 아버지는 얼마 전에도 치료비로 쓸 돈을 구하려고 고향으로 가 빚을 내 왔다.

전 군은 아직도 자기 병이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른다.

어머니는 "애가 한국말을 읽지만 어려운 말은 뜻을 몰라요. 애가 인터넷에서 기사를 봐도 시한부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거죠. 애한테 거짓말을 하면서 세상에는 고치지 못하는 병이 없다고 하죠."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부터 갖은 무대를 주름잡던 '예능 천재' 전 군도 집에서는 영락 없는 10살짜리 남자 아이다. 그의 대림동 방 책상 위에는 로봇, 자동차 장난감이 가득했다.

전 군 아버지는 "요즘 무슨 로봇 장난감을 갖고 싶다고 하는데 주변 마트를 다 돌아다녀도 구할 수가 없다"며 "예전 갖으면 말하지 못하던 것도 이제는 자꾸 갖고 싶다고 하는데 구해 주지 않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싸이를 만나는 소원을 이뤘지만 전 군에게는 또다른 소원이 있다. 친구들이 있는 학교에 가는 것이다.

"중국에 다시 돌아가서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또봇 델타트론'도 갖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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