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팀 이동훈-임재랑-이아리따] = ‘잠실 대란’이다. 건물이 기울어졌고 원인 모를 진동에 시민들이 불안함을 호소한다. 지난 3일과 6일 위키트리는 두 편의 기획 기사를 통해 지질학적 관점에서 잠실 싱크홀 문제를 밝히려 했다.
"곳곳에 싱크홀, 잠실은 원래 섬이었다" 1편 (☞ 해당 기사로 바로가기)
"모래층 20m... 잠실 지하에선 무슨 일이?" 2편 (☞ 해당 기사로 바로가기)
‘안전하다, 아니다’의 논란보다 현재 잠실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반침하 현상에 대해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에 취재팀은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를 만나 현상을 진단해 봤다.
이 교수는 '국제학회 공동 산사태 기술위원회’의 한국 대표이자, 서울시 지반관리시스템 개발의 연구 책임자다. 또한 잠실 지역과 관련해 “확신할 수 없으므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온 몇 안 되는 전문가다.
“잠실 충적층 허약지반... 근본 대책 세웠어야”
Q1. 잠실은 과연 안전한가? 걱정할 것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위험하다면 왜 위험한 건가.
누가 안전하다고 백 퍼센트 확신할 수 있겠나. 쉽게 설명해보겠다. 흙에는 모래와 공기가 있다. 스펀지 같다고 보면 된다. 물이 있는 상태에서 스펀지를 누르면 괜찮지만, 물이 빠져나간 상황에서는 빈 공간이 생기고, 그대로 주저앉아버린다.
서울이 다 그런 게 아니다. 흙(사질토)이 깊은 장소가 그렇다. 예전에 잠실은 하천이었다. 좋은 지질이 아니다. (땅 밑의) 모래를 다 파내고 돌(암반)이 나왔다 해도 좋은 돌이 아니다. 강이 있는 곳은 (암반이) 찢어져서 단층이 생기고 파쇄가 많다. (이 사이로) 물이 들어와서 강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 강 밑은 아무리 (땅을 깊이) 파도 돌이 엉망이다. 제2 롯데월드 공사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를 떠나 문제가 많은 지반인 건 확실하다.
Q2. 그렇다면 제2 롯데월드는 어떤가. 안전한가?
제2 롯데월드는 안전할 수도 있다. 건물 자체는 잘 지었을 거다. 문제는 주변 지형이다. 지형적으로 이 곳은 흙과 물이 많다. 그래서 건축 시 땅 밑에 방수벽을 세워야 한다. 방수벽을 세워서 주변 지하수와 흙이 벽 안 쪽으로 들어오지 않게 해야 한다. 지금은 방수벽을 안 쓴 채 건축 허가가 났고, 그대로 진행됐다. 지하수를 인공적으로 뽑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동공이 생기고, 도로 침하와 싱크홀이 나타났다.
(무슨 사고가 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 진실이다. 국민들한테 자꾸만 ‘잘된다’, ‘불안 조정하지 마라’하는데 그렇지 않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게 현실이다. 허가를 잘못 냈다.
Q4. 왜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고 보는가?
잠실 지역에 건물을 짓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지질을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공사가 진행되면 괜찮다. 건축 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지질이라는 전제가 필요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축 시스템은 이 부분이 어렵다. 서울시 전체의 지질 지도를 검토하면서 통합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각 지역에 필요한 건축 공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모든 업무를 다 따로따로 한다. 통합을 하더라도 이를 융합해 볼 수 있는 전문가도 없다. 즉, 컨트롤 타워가 없다.
Q5. 지금이라도 대책은 없을까?
80년대부터 해외에서는 이미 지질을 고려해 건축 허가를 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땅 속 지도가 없는 것도 아니다. 1998년 서울시 용역 연구로 ‘서울시 지반관리시스템 개발’을 했다. 각종 공사 때 진행됐던 시추 7800여 개를 분석해 종합적으로 만든 지도다. 땅 속 지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지금부터라도 전체의 지질 지도를 검토하면서 통합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각 지역에 필요한 건축 공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사고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다. 막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세월호, 우면산 사태, 환풍구 사고까지 연이은 인재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재해 예방 시스템이 국가적으로 마련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