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5월 탈선 사고를 낸 부산발 광명 행 KTX-산천 열차가 고양시 행신동 KTX 정비창으로 견인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KTX-산천, 승객 태운 채 4년째 시험 중
[경제산업팀 이동훈-김승일-임재랑] 운행 4년째가 넘은 KTX-산천. 이제까지 고장 누적건수 95건, 누적결함 388건. 이 중 136건은 아직 미해결 상태.
‘고장철’의 대명사 KTX-산천은 하루 24편성에 총 192량을 달고 시속 300Km로 전국을 달린다. 났다 하면 대형사고인 열차사고의 특성을 감안하면 KTX-산천은 달리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대표 최연혜, @korail1899)은 "KTX-산천에서 4년 동안 발생한 총 388건 하자 중 차량 운행에 지장을 미칠 수 있는 252건에 대해서는 조치를 완료했다"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23일 밝혔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믿는 이는 드물다. 고장과 사고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속 300Km, 문제는 제동 안 되는 브레이크
대형 열차사고의 대부분은 바퀴와 브레이크, 또는 레일 결함이 원인이다. 열차 바퀴 결함은 궤도 탈선으로 이어지고, 브레이크 결함은 고속 충돌 등 대형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다.
[KTX-산천 브레이크 디스크에서 발견된 균열 / 사진=철도노조]
지난 23일 철도노조가 공개한 KTX-산천의 ‘균열된 브레이크 디스크’ 사진은 큰 충격이었다. 디스크 표면에 생긴 이 균열은 언제 날지 모르는 대형사고를 암시하고 있다. 디스크 금속면의 균열은 디스크 파열의 전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대해 최광규 철도노조 고양고속차량지부장은 ”제동 디스크가 파손될 경우, 하부 차축 및 차륜에 타격을 가해 탈선의 우려가 있다”며 “발견돼서는 안 되는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철도노조측은 KTX-산천에 대해 전체적인 균열과 바퀴의 이상 마모현상, 차축의 산화, 감속장치 불량, 테로텍스의 파손 등 거의 모든 곳에서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KTX-산천의 브레이크 결함은 운행 초기부터 문제가 됐다. 2011년 5월 14일 서울에서 마산으로 가던 열차가 52분 간 정차한 일이 있었다. 원인은 제동장치 이상으로 밝혀졌다.
2012년 12월 진주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산천 열차가 제동장치 이상으로 대전역에서 긴급 정차했다. 당시 코레일 측은 날이 추워 브레이크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 해명했다.
이 밖에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멈춤 사고도 속출했다. 2012년 3월에는 목포로 가던 열차가 전남 무안군 인근에서 30분간 멈춰섰고, 그 해 7월에는 부산 금정터널 안에서 열차가 1시간20분 동안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4년간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은 지난해 2월 발견된 브레이크 결함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제동 성능이 기준에 못 미치는 열차 브레이크 수십만 개가 코레일에 납품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불량 브레이크가 현재까지도 일부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지하철과 화물열차 등에 장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감사원은 2012년 KTX-산천이 도입된 후 철도사고와 장애가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KTX-산천은 고속철도기술 기반이 미약했던 국내 기술로 단기간에 개발해 상용화 하다보니 운영 초기 고장이 많이 발생했다"며 “작년(2011년) 10월에만 사고와 장애가 130건 발생해 2009년에 비해 116%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바로 오늘(24일), 특정 철도부품납품 업체에 유리한 감사결과를 낸 감사원 감사관이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고장철’ KTX산천은 오늘도 하루 8천700명을 싣고 시속 300Km로 달리고 있다. 대형사고가 나기 전까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이 고속열차의 위험천만한 시험주행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