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경 0.15mm급 마이크로 드릴. 이 극소구경 드릴은 스마트폰 등 초정밀 IT제품에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PCB) 바닥에 구멍을 뚫는 정밀부품이다. 인스턴은 이 극소구경 드릴 끝날을 가공하는 시스템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 사진=위키트리]
(주)인스턴, 사양산업 드릴에서 첨단기술 개가
중국 PCB업계 100억원 수주, 200억원 러브콜
국내 무명의 벤처기업이 0.15mm 이하 머리카락 굵기의 극소구경 드릴비트(drill bit, 드릴 끝날) 연마기술로 중국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화제의 벤처기업은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 소재 (주)인스턴(대표 국연호). 지난 14일 제8회 산업단지 클러스터의 날 행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한 이 회사는 설립 3년차를 맞아 종업원 10여명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다. 그러나 회사는 드릴비트 재연마 가공에 관한 한 경쟁사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 달 5일, PCB업계 세계 5위인 중국 내 타이완 기업 T사로부터 1천만 달러(약 107억 원)대 오더를 수주했다. 이는 작년 매출액 27억 원의 거의 4배에 달하는 대박 오더다. T사는 (주)인스턴의 제품에 대해 연마 품질, 가격 등 모든 면에 대해 큰 만족을 나타냈다.
또한 최근 중국 내 초대형 IT기업 F사로부터 200억 원대 수주가 협의 중이다. 이 같은 중국 오더들을 개척한 건 나노 정밀기술 업체인 (주)타임텍(대표 유재관)이었다. 양사는 기술-마케팅 제휴 협약을 맺고 한국산업단지공단의 IT장비 미니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협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인스턴의 개가는 국내에서 사양산업으로 인식돼 온 PCB(인쇄회로기판) 연관분야에서 올린 대성공이란 점에서도 주목된다.
또한 여기엔 역시 구미 소재 소프트웨어 통합솔루션 전문업체인 (주)옵티마인드솔루션이 독자기술로 개발한 시스템 제어 프로그램을 탑재해 개발에 공동 참여했다.
0.15mm급 드릴비트는 스마트폰 등 고집적 회로용 PCB 표면에 미세한 구멍을 뚫는 데 쓰인다. 특히 스마트폰이 점점 진화하면서 이에 쓰이는 PCB 또한 고정밀, 고집적 기술을 요하는 첨단시대에 접어들었다.
[인스턴이 개발해 타임텍이 국내외에 시판 중인 'TRM-1001' 모델 드릴비트 연마 시스템 / 사진=타임텍 홈페이지]
보통 이처럼 미세한 드릴비트는 2천여 회 구멍을 뚫게 되면 끝날이 마모된다. 이는 곧 스마트폰 등의 불량률로 이어진다. 이 때 드릴 끝을 깎아 다시 날을 세우게 되는데, 이를 '드릴비트 재연마'라 한다. 이 회사가 독자 개발한 재연마시스템은 다이아몬드-휠을 사용해 단 7초 만에 마모 된 드릴날을 다시 세우는 고성능 장비다.
[인스턴이 개발한 드릴비트 연마기에 자동제어 SW를 제공한 (주)옵티마인드솔루션 개발진들. 지름 0.15mm 드릴 끝날을 정교하게 가공하는 시스템에서 절삭 위치를 제어하는 기술이 생명이다. 이 회사 개발진들은 이를 정확하게 프로그램화하여 단 7초만에 마모된 드릴 날을 다시 세우는 고도의 정밀성을 확보했다. 이 위치제어 기술은 세계적으로 이 회사만이 보유한 신기술이다. / 사진=옵티마인드솔루션]이 재연마 시스템 가격은 1대 당 1억5천만 원 정도다. (주)인스턴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내수시장 1백여 대 외에 약 120여 대를 수주 협의 중이다. 주로 수출고객은 타이완 내 IT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계약을 맺은 중국 본토 내 타이완기업 T사를 비롯해 중국 내 신규오더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수출에 새 활로가 열렸다.
한편 이 회사는 빠르면 내년 중반까지 기존 0.15mm의 절반 사이즈인 0.075mm급 드릴비트 재연마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신기술로 회사는 스마트폰 PCB용 초정밀 드릴비트 재연마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독보적 입지를 굳힐 것으로 기대된다.
[신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실에서 개발진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인스턴 국연호 대표 / 사진=인스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