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철’은 국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철은 늘 강자의 편에 서서 문화가 되고 문명이 되고 힘이 되었다. 쇠를 잘 다루는 민족이 세계역사의 주무대로 나섰고, 쇠를 더욱 많이 확보하는 나라가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한민족은 쇠를 단순히 권력의 도구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고대부터 쇠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관련기사 보기] 예술적인 아름다움까지 불어넣었다.
쇠칼에 금 새긴 ‘칠지도’
한민족이 고대부터 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음은 ‘칠지도’로 확인된다.

[전통 제련기술로 복원한 칠지도 / 사진=연합뉴스]
칠지도는 4세기 후반 백제왕이 왜왕에게 내려준 7개 가지가 있는 모양을 한 쇠칼이다. 이 칼의 양쪽 면에는 금으로 글자를 새겨 넣었는데, 명문에는 "이 검은 100번의 담금질로 만들었다"라고 쓰여 있다.

[사진=플리커]
100번의 담금질은 현대에도 이용되는 ‘표면경화처리’ 기법이다. 단계별로 온도를 달리해 열처리를 하면 칼날에서는 강도 64.0(HRc-철강강도의 단위)의 마르텐사이트라는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 조직은 다이아몬드도 가공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 지금도 첨단산업 소재로 쓰일 정도다.
이런 강도 높은 칼에 백제인들은 금으로 된 글자를 새겨 넣어 높은 제철기술을 자랑했던 것이다.

[서울 등 축제에 표현된 '일본에 전해지는 칠지도'/ 사진=서울 등축제 홈페이지]
고대 금속합금의 정수 ‘에밀레종 용뉴’
8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에밀레종’(성덕대왕 신종)에서는 당시 발달된 합금기술이 엿보인다. 에밀레종은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종으로 771년에 만들어졌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중인 에밀레종(성덕대왕 신종)/이하사진=문화재청]
그러나 제작 후 1200여년이 넘는 지금까지 이 종의 제작법과 종소리에 대해 뚜렷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특히 종 윗부분에 있는 ‘용뉴’는 특수제강 업체들도 손을 들 정도로 재현하기 힘든 부분이다.

용뉴란 에밀레종을 천장에서 매다는 고리다. 지름 8.5㎝짜리 쇠막대로 높이 3.75m, 무게 19톤의 종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고리는 한동안 주물형태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됐다. 그러나 최근 비파괴검사 결과 여러 금속을 합금해 얇은 종잇장처럼 돌돌 말아가며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제철 유전자의 부활, ‘포스코’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 일관제철소에서 첫 쇳물을 녹여내고 있다. / 사진=포스코]
1200여년 전 쇠를 종잇장처럼 다룬 민족이기에 오늘날 포스코가 세계적 철강기업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1973년에 우리나라는 경북 포항에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현대식 용광로 설비를 갖추고 철을 제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반세기도 안 돼 세계 굴지의 철강사들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철강전문 분석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가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순위에서 2010년 이후 4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또 글로벌 경영위기 영향으로 지난 해 많은 철강사들이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으나, 포스코는 조강생산량 3799만톤, 판매량 3505만톤으로 사상 최대 생산과 판매를 달성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경쟁력이 꾸준함에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1위의 철강기업임에도 제철에만 국한하지 않고 자원 확보와 원가 절감, 수요처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에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