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발칵 뒤집은 총기난사... 6명 사망, 집에서 시신 3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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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리더니 무차별로 총 발사

폴란드 제2 도시 크라쿠프의 구시가지 한복판에서 24세 남성이 차를 몰고 광장으로 들어와 소총을 난사했다. 이 공격으로 6명이 숨지고 범인을 포함해 16명이 다쳤다. 범행 몇 시간 뒤에는 남성의 집에서 시신 3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7일(현지시각) 폴란드 크라쿠프 중심가 메인 마켓 스퀘어(Rynek Główny)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현장. 경찰 차량이 도착하고 시민들과 경찰관들이 모여 있다. / 'TVN24' 유튜브 영상 캡처
7일(현지시각) 폴란드 크라쿠프 중심가 메인 마켓 스퀘어(Rynek Główny)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현장. 경찰 차량이 도착하고 시민들과 경찰관들이 모여 있다. / 'TVN24' 유튜브 영상 캡처

총격은 7일(현지시각) 오후 3시쯤 시작됐다. 군용 전술복을 입고 헬멧과 방탄조끼를 착용한 채 얼굴을 가린 남성은 차량을 몰고 스와프코프스카 거리를 지나 중앙광장(리네크 그우브니)으로 들어섰다. 남성은 차 안에서 광장에 있던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로 총을 쏘기 시작했다. 총격은 광장 중앙의 옛 직물회관 수키엔니체 주변에서 시작돼 시엔나 거리로 빠지는 길목까지 이어졌다. 남성이 차를 몰고 광장 곳곳을 휘젓고 다닌 탓에 피해자는 여러 장소에서 나왔다. 총성이 울릴 때 광장에는 관광용 마차들이 지나가거나 서 있었다.

광장을 빠져나간 남성은 바벨성 쪽으로 향하는 그로츠카 거리와 스트라돔스카 거리로 차를 몰았다. 도주하던 남성은 프시스트키흐 시비엥티흐 광장에서 1번 트램을 향해서도 총을 쐈다. 총알에 트램 운전석 창문이 깨졌지만 승객과 기관사는 다치지 않았다.

도주는 스트라돔스카 거리와 디에틀라 거리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끝났다. 차가 가로막히자 남성은 차에서 내려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총을 쐈다. 총격전 끝에 남성은 총에 맞아 제압됐다. 체포된 남성은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마르친 키에르빈스키 폴란드 내무행정장관은 신고가 접수되고 3분 만에 경찰이 범인에게 첫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관 2명도 범인과 총격을 주고받다 총에 맞았다. 키에르빈스키 장관은 X(옛 트위터)에 "경찰관 1명은 총상을 1군데 입었고, 다른 1명은 총상 3군데를 입어 매우 위중한 상태"라고 적었다.

숨진 6명은 여성 4명과 남성 2명이다. 숨진 여성 가운데 적어도 3명은 폴란드인이고 1명은 영국 국적자다. 마레크 보로인 폴란드 경찰청장도 사망자 가운데 영국인이 있다고 확인했다. 키에르빈스키 장관은 부상자 가운데 5명이 외국인이라고 밝혔다. 포르투갈 외교부는 자국민 1명이 다쳤다고 확인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 에라스뮈스로 크라쿠프에 온 외국인 학생도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광장에서 관광 마차를 몰던 마부들도 피해를 입었다.

범인은 크라쿠프에서 북동쪽으로 약 150㎞ 떨어진 시비엥토크시스키주 오스트로비에츠 시비엥토크시스키에 사는 24세 남성이다. 안제이 피욜레크 경찰 대변인은 범행에 쓰인 총이 AR-15 계열 소총이라고 밝혔다. 피욜레크 대변인은 이 남성이 총기 면허를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남성은 스포츠 사격 면허를 보유한 사격 클럽 회원이었다. 본인 명의로 등록된 총기도 2정 있었다. 범행에 쓴 차량은 아버지 소유였다. 경찰은 차 안에서 다른 총기 여러 정과 탄약을 찾아냈다. 차 트렁크에서는 탄약 수백 발과 대검도 나왔다. 경찰은 폭발물이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폭발물 처리반과 로봇을 투입해 차량을 수색했다.

시신 3구는 같은 날 밤 오스트로비에츠 시비엥토크시스키에 있는 남성의 집에서 발견됐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밤 크라쿠프에서 각료·치안기관 책임자들과 긴급회의를 연 뒤 드론 영상으로 남성의 집 안에서 여성 2명과 남성 1명의 시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투스크 총리는 이들이 범인의 가까운 가족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숨진 이들이 범인의 부모와 여동생인 것으로 추정했다.

키에르빈스키 장관은 남성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정황은 그가 극우 이데올로기에 매료돼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내보안국(ABW)과 함께 범행 동기와 이념적 배경을 수사하고 있다.

투스크 총리는 "지금까지 폴란드에서 이토록 참혹한 테러는 없었다. 이 잔혹한 공격은 테러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엑스에 "모든 정파의 정치인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이 비극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이 범죄의 모든 정황을 밝혀내겠다"고 적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라고 말했다.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피해자와 부상자, 그 가족들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8일과 9일 이틀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우카시 기바와 크라쿠프 시장은 8일부터 11일까지 시 차원의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시 주최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유럽연합(EU)도 이번 사건을 "비극"이라고 부르며 폴란드에 연대를 표했다.

폴란드에서 총기 난사로 여러 명이 숨지는 일은 드물다. 전체 인구 3700만명 가운데 총기 면허를 가진 사람은 약 41만1000명이다. 다만 최근 들어 총기 소유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추세다.

크라쿠프는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쪽으로 약 250㎞ 떨어진 인구 80만명의 도시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해마다 관광객 약 1500만명이 찾는다. 총격이 벌어진 중앙광장은 유럽에서 가장 큰 중세 광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총기 난사 사건 소식을 전하는 현지 뉴스. / 'tvn24' 유튜브 채널